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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어떻게 줄일까 
여성노동자회, 여성의 경력단절 실태보고 및 대안 제시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작년 경제위기로 인해 여성고용의 양과 질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혼여성들은30~34세 사이에 여전히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되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3일 <여성 경력단절 실태를 통해 본 일·가정양립과 저출산 대안모색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30세 초중반 여성,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전
 
 

▲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3일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대한 실태를 보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은 2009년 통계청의 여성고용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여성의 고용불안이 더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경제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해 여성 취업률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자는 전년대비 3만 1천명의 취업자가 증가한 반면, 여성들은 10만 3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들어 여성고용률은 ‘중·고령 여성취업자의 단시간 근로’라는 형태로 회복되는 추세다. 전체 단시간 근로자 중 여성의 비중은 63.5%에 달한다.
 
30~34세에 집중된 여성의 경력단절의 원인은 역시 ‘출산’이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 사이 1181명의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약 20%가 출산을 이유로 퇴직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자녀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을 바꾼 경우는 약 80%에 달했는데,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의 어려움’을 첫 손에 꼽았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은 정규직의 경우 ‘관행’, 비정규직은 ‘원래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였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여성들 중 산전후 휴가를 사용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 약 23%는 퇴직압력을 받았고, 27%는 법정기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복귀했다. 불안정한 고용 지위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의 현실을 읽을 수 있는 결과다. 현재 비정규직은 단지 37%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태다.
 
설문에 응답한 여성들 중 다시 출산하게 된다면, '퇴직하고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응답은 8%도 되지 않았다. 일단 일을 그만두면 복직한다는 건 쉽지 않고, 또 직장을 구하더라도 이전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더 낮은 임금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4.9개월로 매우 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들이 경력단절 이전에 가졌던 일자리는 62.9%가 정규직이었으나, 새로 얻게 된 일자리는 정규직이 28.5%에 불과했다. 새 일자리에서 소득이 더 낮아졌다는 응답도 53.2%였다.
 
유연근로 확대, 자율형 어린이집...우려되는 정부 ‘저출산대책’
 
실태조사를 수행한 장지연 선임연구원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통해 점점 더 열악한 일자리로 이동하는 구조 속에 있’다고 분석하고, 그 대책으로 “경력단절 자체를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과 육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양질의 여성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정책의 핵심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책과 동떨어진 길을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2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육아휴직급여를 기존 50만원 정액 지급하던 것에서 소득의 40%(하한선 50만원, 상한선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 상태로도 적은 금액이라 사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더욱 불리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유연근로시간제 확산과 ‘자율형 어린이집’으로 대표되는 보육서비스의 시장화 정책이다.
 
장지연 선임연구원은 유연근로시간제가 “양질의 단시간 근로를 만든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시간제 근로 확대 자체를 목표로 가는 게 우리 실정에선 맞지 않다”고 경고했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초 정부의 ‘유연근무제’ 발표 후 단시간 근로는 늘고 시간당 임금은 줄어 “결국 저질의 일자리만 늘었다.”
 
영리시설에 보육을 맡기는 것도 “농어촌 벽지에는 시설이 들어가지 않고,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는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서비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윤이 있는 곳에 서비스가 있다”는 영리업체의 특성 상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장지연 연구원은 보육서비스가 ‘저렴하고 질 높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올바른 정책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남성의 육아참여 늘려야
 
한편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은 남성의 육아 참여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육아휴직제도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어, 제도 자체로만 보자면 선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육아는 남성의 일이 아니라는 고정관념도 문제지만, 14년째 OECD가입국 중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노동시간’ 또한 남성들의 육아참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임윤옥 정책실장은 남성들이 승진이나 승급 등에서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고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더불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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