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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 ① 식당노동자와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일다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현재 민우회에서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 나우님은 민우회 활동가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아이들이 크고 나서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식당에 취업했어요. 마트계산원은 파트타임밖에 없어 돈이 너무 적어 할 수가 없고, 그래도 식당은 100만원은 넘게 주니까 식당밖에는 일할 곳이 없었지요. 벌써 나이 50인데, (이 나이)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어요.”
한 식당여성노동자의 말이다. 출산과 양육의 시기를 지나 특별한 경력을 쌓고 있지 않은 중·고령 여성이 다가갈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게다가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주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찻길 따라 보이는 곳곳이 식당이고, 식당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도 지역마다 한곳쯤 있다 보니 ‘주방일이라면 익숙한’ 중·고령 여성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식당에 집중되어 있다. 식당은 같은 최저임금이라고 해도 10시간을 넘게 일하기 때문에 그나마 월급여가 많은 일자리로 여겨지기도 한다.
12시간 노동, 최저임금으로 드리워진 식당노동자의 현실
▲ 한 생활광고지에 게재된 식당노동자 구인광고
사진은 곳곳에 자리한 생활광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이 광고글은 식당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요약해 말해준다.
식당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대부분 1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생활광고지의 ‘요리음식업서비스’ 부문 구인광고를 분석해본 결과, 8시간미만의 파트타임을 제외하고, 제시된 근무시간의 90%이상이 12시간이었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법이 정한 1일 8시간이니, 1주 40시간이니 하는 근로시간 규제는 이미 식당여성노동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현실이다.
12시간을 일한다는 건, 먹고 자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빼면 ‘하루의 전부를 일한다’는 것과 같다. 더구나 주휴일을 거의 대부분의 식당이 보장하지 않고 있다. 눈을 뜨면 다시 하루가 모두 노동뿐인 날들의 연속, 그런 날이 제대로 된 휴일보장도 없이 10여일씩 반복된다. 손님이 뜸한 시점에 겨우 점심을 먹고 나면, 다른 직장에서 퇴근하는 사람들이 먹을 밥을 위해 또 밥을 짓고, 집에 돌아가면 식구들이 모두 자고 있는 자정에 집안일이 시작된다.
게다가 임금노동자의 핵심인 임금은 공지되고 않고 ‘상담’되는데, 상담하러 가면 그 즉시 외모와 연령, 경력이 다소 고려되어 거의 시간당 최저임금 언저리에 책정되어 있는 임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춘천에서 만난 50대 식당노동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하면서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월급이지. 지금 딱 130만원이야. 출근해서 퇴근할 때 까지 대충 계산해보니까 시간당 4200원 정도 나오더라구. 그게 가장 힘든 것 같아. 휴일은 한 달에 두 번인데 어찌어찌 하다보면 최대 3번 정도 쉬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이상 쉬면 월급이 깎여. 쉬게 될 일이 있음 내가 사람을 돈 주고 써야하고….”
식당노동자의 일당은 5만원(시간당최저임금 4,110원*12시간=49,320원)이 되지 않으니, 시간은 금이라는데 금값만 오를 뿐 식당노동자의 시간에 가치는 이제껏 늘 최저의 기준에 서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식당여성노동자
▲ '엄마의 일'로 저평가된 인식 속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식당여성노동자. 4대보험도 법정휴일도 보장되지 않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민우회가 만나본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대부분이 ‘4대보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4대보험도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간혹 구인 시 이를 보장해 주는 것을 마치 훈장처럼 광고하는 식당들이 있는데, 그것이 정말 ‘훈장’감인 현실이다.
1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의무가입인 것을 잘 알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굳이 식당주인과 껄끄럽게 따질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리고 적은 급여에서 4대보험료를 빼면 살수가 없다며 자발적으로 사회보험가입을 꺼리는 경우도 있고, 사업주가 나서서 4대보험을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사회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식당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사회적 보장에서조차 배제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식당노동은 가사노동의 사회화다. 그런데 ‘밥을 짓는 일’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처럼, 식당노동은 철저히 비공식적이고 저평가된 인식 속에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밥은 ‘당연하게, 별로 어렵지 않게, 아무런 대가없이’ 차려주던 ‘엄마’의 일이라는 인식이, 식당노동 역시 ‘아주머니’들이 큰 어려움과 기술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저평가된 인식을 형성한다. 그리고 가사노동이 아무런 대가없이 요구되었듯, 식당노동 역시도 저평가의 인식을 그대로 투영하여 저임금, 장시간을 당연하듯 이해하고 있다.
“손님은 왕인데, 술 좀 따라줄 수 있는 거 아니냐”
▲ MBC 드라마 <민들레 가족> 중 한 장면. 식당노동자에게 "술 따르라"고 강요하는 손님이 등장한다.
식당여성노동자는 대부분 고객을 대면한다. ‘고객은 왕’이라는 슬로건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이미 고객의 뇌리에도 강하게 남아있어 식당여성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당노동에 대한 저평가된 인식 역시 식당여성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를 만드는 데 한 몫을 한다.
우리가 만난 식당여성노동자들 역시 술을 따르라고 하거나, 반찬 가짓수 등으로 시비 거는 손님들 때문에 괴롭다고 말했다. 반말은 예사고, 수도 없이 벨을 누르며 “저 아줌마 쳐다도 안보네, 언제 갖다주냐”고 소리를 지르는 손님 등도 부지기수였다. 한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속에서는 손님이 자신의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식당여성노동자의 몸을 수색하는 장면도 등장한 바 있다.
여기에다 사업주가 “손님은 무조건 왕인데 술 좀 따라줄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순간, 더 이상 식당여성노동자는 설 곳이 없다. 마음속에는 이미 수십 번 같이 대거리를 하고 싶지만, 그저 묵묵히 발 빠르게 음식을 해내고, 내어가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식당여성노동자의 잔인한 현실이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위한 ‘함께짓는 맛있는 노동’
▲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에서 배포 중인 감사명함. 이 ‘감사명함’에는 ‘덕분에 감사히 잘 먹었다’는 인사와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길잡이’에 대한 안내가 함께 들어있다.
현재 민우회는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취업하고 있음에도, 저평가의 그늘에서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식당여성노동자에 주목하여『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중에는 식당여성노동자에게 보내는 ‘감사명함’을 밥을 먹고 난 후에 식당여성노동자에게 전하는 활동이 있다.
이 ‘감사명함’에는 ‘덕분에 감사히 잘 먹었다’는 인사와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길잡이’에 대한 안내가 들어있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담은 것은, 손님들이 밥을 먹고 난 후에 전하는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이 식당여성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 노동에 대한 절대적 인정과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길잡이’ 안내를 담은 것은 직접 식당여성노동자에게 이 소책자를 전하고픈 직접적인 홍보이기도 했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길잡이’는 나의 몸에 휴식을 주는 방법은 뭔지,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많기는 한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근로계약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휴일이 이렇게 적어도 되는 건지, 일하다 아프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식당여성노동자들이 알고 있으면 좋은 간단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인권길잡이’는 현재 식당여성노동자분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책을 배포하면서, 전화로, 자녀를 통해, 그리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수많은 식당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만났다. 스위스에 살고 있는 자녀가 자신을 대신해 부산의 식당에서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일하는 어머님께 전해달라고도 하였고,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나눠보겠다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연락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식당여성노동자의 이야기가 쌓여갔다. 남편 월급만으로는 아이들 학비며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시작했던 당시의 이야기,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음식을 먹다가 그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자존감의 추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집에 들어가 쓰러져 자고 눈뜨면 아침인 똑같은 일상의 되풀이 속에서, 가진 재주 하나 없이 그저 몸뚱이가 전부인 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라 미래가 두렵다고도 했다.
식당노동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식당노동자들이 만들어간 그 밥의 중요성과 의미가 그대로 그들의 노동환경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식당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하고, 고객은 인권적인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진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이 식당여성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사업주와 고객 등 다양한 계층과의 이야기를 통해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서비스 노동에 대한 존중, 그리고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모두의 실천과제를 찾아야 할 때이다. (일다/ 나우)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길잡이’에 대한 문의: 민우회 여성노동팀(02-737-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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