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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기독교단체 연대해 '동성애혐오'에 저항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일각의 움직임에 맞서,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신문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완전변태 등 성소수자 단체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가 함께하는 ‘열림’에서 광고 게재를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열림’은 9월 초 경향신문에 광고를 게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림’은 지속적으로 동성애 혐오의 위험성을 알리고, 혐오를 조장하는 움직임에 대응할 목적으로 지난 7월 결성되었다. 올해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자 커플을 긍정적으로 다루었다는 이유로,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하 동반국)이 지난 5월 조선일보 등 일간지에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광고를 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점차 드러나는 동성애혐오에 위기감 느껴
▲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8월 28일,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앞에서 한국체육진흥공단의 동성애자 인권 행사 불허에 항의하며 “반가워요, 키스해링! 원합니다, 성소수자 차별 없는 세상!” 캠페인을 전개했다.
“선정적인 광고에 성소수자들이 분노했다. 마침 퀴어퍼레이드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활동가 이경씨는 광고모금이 시작될 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에서 먼저 제안을 해, 퀴어퍼레이드 기간 동안 광고를 위한 모금이 진행되었다. 급하게 모금을 받았는데도 큰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이경 활동가는 동반국의 광고 게재와 관련된 최근 일련의 상황이 성소수자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반국은 이미 2007년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과정에서도 이를 ‘동성애허용법안’이라고 비난하며, 차별금지항목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결국 ‘성적지향’은 삭제된 채 법안이 제출되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최근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때문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제보나 상담이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6월 28일에는 국민체육공단 산하 소마미술관에서 동성애자 인권행사를 불허해 ‘동성애 혐오’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 활동가는 5월 동반국의 신문광고가 “가장 가시화된 (동성애 혐오) 문제”라고 보았다. “드라마에 그렇게까지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킬지 생각을 못했다. 이것은 직접적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내고, 게시판에 몰려가서 공격하고. 여기서 작은 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위축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한국사회의 동성애 혐오와 ‘기독교’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차세기연) 고상균 활동가는 “예전에는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없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존재가 드러났다”는 점을 주목했다. ‘동반국’으로 대표되는 동성애혐오 세력이 “더 이상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없다고 무시하고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사회적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열림’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혐오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 고리가 ‘기독교’에 있다고 보고 있다. 동반국 등 가시화된 동성애혐오 세력이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기독교가 ‘신앙’ 차원에서 동성애자를 혐오하면서 만들어내는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차세기연의 고상균 활동가에 따르면,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은 부모나 친구들이 독실한 기독교인들이면 이중삼중으로 말을 못하고 고립된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은 보수적인 신앙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외적인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에 맞서는 것만큼이나, 성소수자들 내면의 분열을 보듬는 일도 매우 어렵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고상균 활동가는 “교회에서 예수가 인간을 죄로부터 해방하는 것을 중요하게 말하면서 왜 그렇게 교리를 만들어 동성애자를 죄인으로 속박하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한편 이경 활동가는 “요즘은 동성애가 무조건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식이 아니라, ‘에이즈 감염률이 몇 배가 높다’는 식의 통계와 과학을 이용하는 세련된 방식을 구사한다”며 변화된 양상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동성애자에 대해 더럽고 성적인 이미지보다 ‘동성애자를 허용하면, 출산율이 저하되어 산업인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사회가 무너질 것이다’는 논리가 사람들에게 많이 수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경 활동가는 (동성애 혐오자들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이성적, 관용적이다가도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으로 돌변해 ‘아무튼 나는 싫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더 이상 우리가 이런 비이성적 포비아를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열림’은 성소수자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연명과 모금에 참여한 이번 광고를 통해 “평등과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줄 계획이다. 또한 “동반국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 활동이 한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광고 모금은 9월 7일까지이며 [국민은행 535501-04-047917 최진화(열림)]를 통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박희정 /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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