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괜찮을 거라는 예감 혹은 믿음 13. 미디어 www.ildaro.com 스님이 우려내 주신 발효차를 한 모금 마신다. 찻잔 속에서 찰랑이던 안온함이, 차 한 모금과 함께 내 안으로 쑥 들어온다. 뜨끈한 방바닥 위에 엉덩이를 붙였어도 쉬이 가시지 않던 한기가 그제야 한 발자국 물러서는 듯하다. 몸이 노곤해진다. 스님만 허락하신다면 방 한쪽에 놓인, 날렵한 턱 선을 자랑하는 작은 부처님 상 앞에 누워 한숨 자고도 싶다. 아니, 찬바람 스며드는 문 옆에 앉아 가만히 벽에 등을 기댈 수만 있다면. 그러면 잠보다 더 달고 깊은, 사락사락 눈 쌓이는 소리에 취할 수 있을 텐데. 금대암에다 가려다 안국사에 머물다 ▲ 새 해 첫날, 금대암 가는 길 위에서. ©자야 새 해 첫날 아침, 나와 K는 군고구마와 두유와..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31) 내가, 선택한 아이 [연재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www.ildaro.com 언제부터였을까? 겨울, 눈이 내릴 때마다 마음속 깊숙이 슬픔이 차오르게 된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다. 왜, 아직도 눈은, 또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차갑게 발목을 휘감는 걸까? 그날 아침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를 낳기로 서로 합의하고, 결혼을 계획한 것은 6개월 전의 일이었다. 그렇게 결혼식을 꼭 보름 남겨둔 어느 날, 남편 될 사람은 아이를 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