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8) 릴(Lille)에서 9년만에 만난 미리암과 에릭 부부는 나를 무척 반가워했다. 지금까지 난 그들을 예전에 살았던 집주인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침 프랑스에 왔기에 안부인사나 나눌 요량으로 연락을 한 것인데, 미리암은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워하며, 당장 릴로 자기 가족을 보러 오라고 재촉했다. 미리암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 에릭조차 나를 오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그저 인사나 나누며 오고갔던 그가 스스럼없이 농담을 해가며 친하게 대하는 데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실제로 사는 동안, 그들이 나를 친구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들의 세입자였고, 한편으로는 돈을 받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베..
www.ildaro.com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작가 박완서 선생이 말년에 고백하길, 호미를 들고 정원 일 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고 기쁠 수가 없다 했다. 선생이 그 말을 할 때 카메라는 작은 호미를 단단히 쥐고 있는 그이의 손을 비추었다. 호미와 하나가 되어 있는 손이 왠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손보다 정직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던 건 단지 나의 편견 때문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육체노동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그 노동이 단순할수록 삶에 붙은 군더더기들, 이를테면 거짓과 허세와 망상으로 가득한 자의식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갈 거라는 치우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으므로. 도배, 내 허접한 육체노동의 시작 ▲ 산에서 구한 땔감을 나를 때 쓰는 손수레. 이것에 의지해 겨울을 난 지 벌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