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30) 선택한 그 길을 용감하게 [연재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www.ildaro.com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아버지는 이혼 결심을 밝힌 나를 불러, ‘이혼을 꼭 해야겠냐’고 한 번 더 물으셨다.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하는 내게, 아버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혼해서 지금보다 행복할 수도 있지만, 더 불행해질 수도 있어. 더 행복하려고 이혼하는 건 아니다. 또 열심히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더 더욱 아니란..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겨울 해는 짧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면 햇살이 도마뱀 꼬리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간다. 그에 따라 마당에 그늘이 번져가고, 그 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사물들이 식어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해가 비치는 곳에 빨랫줄을 걸어놓은 것은, 아마도 이 집을 손수 짓고 삼십 년 넘게 살다 간 전 주인의 솜씨이자 지혜이리라. 그에 감탄하며, 나는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동안 빨래를 걷거나 건조대 위에 놓인 귤껍질 따위를 안으로 들인다. 바싹 마른 것들이 풍기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 아궁이에서 타 들어가는 나무 향처럼, 맵싸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다. 구들방 두 개, 뭘 더 바래? 잠시든 오래든, 시골집에 머물려는 사람 중 온돌방에 환상을 갖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