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7) [연재 칼럼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열흘에 한 번씩 연재되는 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다시 찾은 지중해 릴(Lille)의 ‘리베흐떼 거리’에서 본 부녀는 이혼할 당시 딸을 키우지 않기로 한 내 결정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나는 아이를 위해, 아니 우리 둘을 위해 이런 결심을 했다고 늘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면서 그것은 우리 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알았다. 더욱이 난 결코 아이를..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아홉째 이야기 올해는 무가 아주 튼실하게 잘 자라 주었다. 작년에 심어 거둔 것과 같은 씨앗인데도, 열매는 작년보다 1.5배 정도 더 큰 것 같다. 농사의 달인인 동네 아주머니들조차 우리 텃밭 옆을 지나가실 때면 야물게 잘 컸다고 추켜세우실 정도다. 그러고는 덧붙이는 한 말씀. 비료 안 줬쟈? 전(前) 주인이 거름을 워낙 잘 해놔서 땅심이 엄청 좋은가베. 으쓱했던 내 어깨가 도로 내려앉는 것과 무관하게, 어른 손바닥 크기만큼이나 두둑 위로 비죽 솟은 무를 매만지는 내 손은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찌르르 떨린다. 전 주인이 뭘 어떻게 했건, 이제 이 밭에 씨앗을 심어 거두는 사람은 나라는 자명한 사실이 나를 이처럼 의기양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텃밭이 주는 짜릿함과 훈훈함 ▲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