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여덟째 이야기 마을 진입로에 한들거리던 코스모스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흰 날개를 펄럭이며 논 위를 날던, 다리가 길고 가는 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붉고 희게, 또 더러는 분홍으로 빛나던 꽃들의 자리는 추수하고 널어놓은 누런 나락들 차지가 된 지 오래고, 한동안 텅 비어 있던 논은 이제 시꺼먼 거름을 뒤집어쓰고는 양파 밭으로 변신하려 하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이, 겨울이 이미 우리 동네 입구까지 와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이 내 등을 떠미는가 내가 초조해지기 시작하는 건 꼭 이 무렵이다. 슬슬 월동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인 건 둘째고, 그보다는 추위에 약하다는 핑계를 내세워 따뜻한 어디론가 달아날 궁리를 하는 마음을 지켜봐야 하는 탓이다. 이럴 땐 서점에 가도 꼭 여..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5) [연재 칼럼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열흘에 한 번씩 연재되는 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난 인생의 고갯마루 어디쯤에 있을까? 지난 6월말, 드디어 항암 5주년을 맞았다. 암환자에게 5년이라는 건 그동안 건강관리를 잘했다는 걸 의미하고, 암의 재발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걸 증명하는 시기다. 이런 것들 못지않게 이제부터 병원을 자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즐겁게 한다. 5년이 지나면 1년에 한 번씩만 정기 검진을 받는 다는 걸 주변 사람을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