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여섯째 이야기 두유에 잼 바른 식빵, 과일 몇 조각, 그리고 텃밭에서 뽑은 푸성귀를 툭툭 잘라 간장과 식초와 올리브유를 몇 방울 뿌린 샐러드로 아침상을 차리던 시절은 갔다. 요즘 함양의 아침 기온은 5도에서 6도 사이. 잠옷으로 입는 바지 위에 치마를 두르고 두툼한 등산양말과 수면양말을 겹쳐 신고도, 온기가 전혀 없는 마룻바닥을 디딜 때는 나도 모르게 깨금발을 들고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코를 훌쩍이며 뜨거운 미역국이나 김칫국을 후루룩 들이마셔야, 세포들이 비로소 지난밤의 여운을 털어버리고 깨어나는 계절. 바람도 흙도, 심지어는 햇살마저 푸르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가운데 식물들은 이미 제 몸에 붙어 있던 살들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수확되지 않은 채 하나둘 ..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② 듬성듬성해진 텃밭을 한 바퀴 휘 돌며 고랑에 가득한 잡풀을 뽑다가, 나는 규모가 작은 감나무 아래 이랑에 쪽파 구근을 심기로 한다. 두 개의 두둑 중 한 곳엔 이미 지난여름에 심은 당근 20여 포기가 쌉쌀한 향기를 내뿜으며 연한 주홍색 어깨를 넓혀 가고 있다. 떨어지는 감 폭탄을 견뎌내면서도 놀랄 만큼 잘 자라준 당근을 곁눈질해 가며, 나는 그 옆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쪽파를 심는다. 늦어도 일주일 후면 싹이 올라오고 늦가을이면 파란 줄기가 제법 뾰족해지다가 겨울을 넘기면서 마침내 달고 매운 제 맛을 내리라. 그러고 나면 뽑히고 다듬어져 밥상에 오르겠지. 그럼 그다음은? 이 자리엔 또 어떤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게 될까? 오직 사람만 없는, 집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