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7) 반다나 시바의 지혜를 빌리다 “자연의 필요를 존중하지 않는 과학과 민중의 필요를 존중하지 않는 개발이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반다나 시바, 살아남기, '머리말') ‘경제가 성장해야 먹고 살 수 있다’, ‘개발을 하더라도 생태계는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데, 과연 그럴까? 이번 4대강 사업을 하는 목적도 먹고 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구하고, 최신 기술을 동원해 오염된 강을 살리는 데 있다고 하질 않는가? 과연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이 자연과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물리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반다나 시바는 벌써 오래 전 우리에게 그 답을 주었다. 80년대 에 출간된 그녀의 책, 를 지금 펼쳐들고 꼼꼼히 읽어볼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빈곤을 양산..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6) 왜 지금, 용산참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 꽝꽝 얼어붙은 주검 옆에서 고통 받고, 부끄러워하며, 오랫동안 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우리가 내릴 역, 또 그 다음 역은 언제나 용산참사역일 것이다. (윤예영, ‘용산으로 이어진 길, 가깝고도 먼’,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실천문학사, 2010) 지난 겨울, 난 두 번 용산에 다녀온 것 같다. 아니, 세 번이었나? 용산은 내게, 매 번 미로 속 같았다. 좀 더 값싼 컴퓨터 부속품들을 찾아 전자상가를 어지러이 헤매고 다녔고, 끼니 때우기에 적당한 음식을 찾지 못해 백화점 식당가에서 이리저리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몸이 미로에 갇혔던 것처럼 마음도 그 속을 빠져나가지 못했던지, 4호선 용산역을 오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