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2) 지체장애 언니를 떠올리며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려면,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한다. 공원길 입구로 이어지는 장애인 주차공간을 지날 때마다 주차차량을 뚫어져라 보는 습관이 있는데, 마치 감시인이 된 느낌이다.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뻔뻔스러운 차량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다. 이렇게 장애인 주차공간과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더불어 살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체장애가 있는 언니를 알게 되면서였다. 도움은 필요하지만 타인의 짐이고 싶지 않다 처음 언니를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장애인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언니가 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기 때문에, 비장애인인 내가 다리 불편한 언니를 무조건..
장애여성 몸 이야기⑨ 이중의 태도 갖기 연재는 외면하기, 직면하기, 비교하기, 수용하기, 강점 찾기, 표현하기 등 장애여성이 자신의 몸에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타자화된 장애여성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우리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장애여성의 삶을 재구성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 – 편집자 주 시덥지 않은 ‘연애’라는 테마 장애인들과 함께 있으면 이런 얘길 자주 듣는다. "악녀펑크님, 연애 안하세요? 어떻게 그 미모에 남친이 없을 수가…. 그런데 비장애인들과 함께 있으면 이런 얘길 듣는다. …… 아니, 그들은 아무도 내게 남친이 있는지 관심이 없다. 장애여성은 서른이 넘어도 결혼 안 하느냐고 걱정하는 체 해주지도 않는다. 왜냐면, 당연히 못할 거라 여기니까. 날 잘 모르는,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