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더불어 사는 어려움 “피부의 각질에서부터 돌 부스러기, 나무껍질, 자전거에서 벗겨진 페인트, 전등갓에서 풀린 실, 개미 다리, 스웨터의 털실 조각, 벽돌 조각, 타이어 고무, 햄버거에 묻은 검댕,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은 끊임없이 분해되고 있다.” -한나 홈스 (지호,2007) ‘머리말’ 벌써 일주일째 비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병원치료와 약을 동원해서 비염을 떨쳐낸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누르스름하고 뿌연 황사 속을 걸어 도서관을 다녀온 것이 문제였을까? 책장을 옮기고 책을 뽑고 꽂느라 오래된 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일까? 화분 분갈이 하느라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일까? 오리털 파카로 베개를 만든다며, 친구가 집안 곳곳을 솜털 천지로 만들어버..
학교를 다니지 않는 시골소녀가 자연에서 만난 행복 “모래 언덕의 혼란과 철로의 가지런함을 놓고 선택하는 순간, 그 선택된 길이 나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백로가 느끼는 것과 같은 믿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브한, ‘학교 빼먹기: 어린 자연주의자로서의 출발’ 그물코, 2003)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시골소녀가 나의 청소년 철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는 그 소녀와의 소통은 ‘서신’을 통해 이루어졌다. 외진 시골에 살면서 학교도 다니지 않는 그녀는 농사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소녀의 꿈은 어른이 되어서도 농사를 짓고, 글을 쓰고, 그외 다양한 일들을 더불어 하는 사람이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