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 빗물의 진실을 아시나요?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는다. 갑작스레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마침 근처에 우산을 팔고 있다면, 얼른 우산부터 구입한다.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을 알려오면, 길을 나설 때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일단 접이우산을 가방에 꼭 챙긴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면 한여름이 아닌 한, 우산을 물론이요, 비옷까지 챙겨 입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난 젖는 게 싫어.’ 산성비의 공포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이 납처럼 무거워지고, 신발 속으로 스며든 물 때문에 양말이 질척거릴 때... 젖는 것은 정말 불쾌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먼 과거 속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상 비에 젖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몸이..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 행복과 평화를 얻는 길 10시 30분 전이다. 반납할 책을 챙겨들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밤바람이 아직은 차다. 낮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야 도서관 갈 짬을 낼 수 있었다. 그나마 지난 3월부터 종합열람실이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두면서 가능한 일이다. 밤에 도서관 갈 일이 뭐가 있겠나, 했었지만 이렇게 막상 갈 일이 생긴다. 늦은 시간이라 사서를 피곤하게 할 것 없이 얼른 기계로 도서를 반납했다. 필요한 책을 찾아 대출까지 끝냈는데도 아직 문 닫을 시간까지는 몇 분 남았다. 그리고 열람실을 둘러보니, 늦은 시간에도 책 읽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띈다. 이번에 대출한 책은 존 러스킨의 (느린 걸음, 2007)이다. 이미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