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놀이, 휴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난 하는 일은 많아도, 소위 말하는 ‘직업’은 없다.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거나, 공개석상에서, 또는 서류상으로 직업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잠시 머뭇거리며 곤란해 하곤 한다. 일에 대한 질문조차도 돈벌이에 대한 것이며, 그 돈벌이는 일상의 상당부분을 바치는 것이어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 돈벌이에 해당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번역가라거나 철학선생이라거나 철학교육프로그램 제작자라고 어정쩡하게 대답하고 만다. 하지만 내 속에는 다른 대답이 있다. 동네 꼬마들이 신기해하며 불러주는 ‘철학자’라든가, 좋은 일상을 고민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나 스스로에게 붙인 ‘종합생활인..
제사음식이 따로 있나 명절증후군. 명절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부들이 겪는 두통, 짜증, 답답함, 우울증 등의 증상을 말한다. 명절증후군의 발병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식장만으로 인한 노동 그리고 과다한 비용부담도 빼 놓을 수는 없다. 가족들이 모여 추석을 보내는 방법의 하나로, 판에 박힌 제사음식에서 벗어나 간단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장만해 음식준비와 비용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제사 자체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야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족들의 ‘추석나기’는 많이 달라졌다. 집의 ‘어르신’(할아버지, 아버지로 이어지는)이 계시지 않을 때, 명절과 제사가 갖는 부담은 훨씬 줄게 된다는 걸 다른 집 얘길 들어보아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 가족들은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