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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얼마짜리 노동자냐!”

여성이 대부분인 사회서비스 노동자들 처우개선 요구



※ 정부가 실시하는 사회서비스 사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현실에 대해 짚어봅니다. 필자 배진경 님은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입니다. -편집자 주

 

최저임금도 못 줄 수가를 책정한 보건복지부

 

“도움이 필요한 분(장애인)들을 도와준다는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미치지 못하게 수가를 정한 보건복지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9년째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S씨의 얘기는 전국의 6만5천3백 명에 달하는 활동보조인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장애인의 수는 6만4천5백 명. 활동보조인들의 열악한 환경은 결국 장애인들의 삶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6월 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 처우개선 요구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위반, 진짜사장 정부"라고 씌여진 펀치볼에 일격을 가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들이 모여 처우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장애인, 환자,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사업이다. 정부가 민간에 하청을 주어 노동자 관리와 파견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잘 알려진 바대로 돌봄노동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에서, 특히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많은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삶이 걸린 사업인데…

 

정부가 하청인 민간지원기관에 제공하는 돈을 ‘수가’라 하는데, 일한 시간 단위로 지급된다. 여기에는 임금인 시급과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수당부터 사업주 부담분의 4대 보험과 관리, 운영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 가사간병과 노인돌봄의 경우 9,800원이며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은 9천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지원사업 안내서에 따르면 활동지원기관은 서비스 단가의 최소 75%이상(2016년 6,800원 이상)을 임금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의 시급을 최저임금 6,030원으로 계산해도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임금은 7,236원이다. 연차수당을 포함하여 임금을 지급하면, 수가 9천원에서 시간당 169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게다가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를 연결하는 관리와 행정업무를 맡은 민간지원기관의 운영비는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  장애인 활동보조인 최저임금 기준 임금 계산.   ⓒ한국여성노동자회 

 

또한 장애인 활동지원의 경우 월 20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보조인들도 많다.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 역시 9천원의 수가에서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시간당 무려 4,745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적자를 떠안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지원기관도 있지만, 대다수 기관들은 활동보조인들에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 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K씨는 “운영비 한 푼 없이 적자만 나는 사업”이라며,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들의 불편과 활동보조인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함부로 반납하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수가가 1만 원 이상은 되어야 경력에 따른 호봉은 못 준다 하더라도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복지부는 지원기관에 넘겼으니 너희가 알아서하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수가에 대해서는 내게 질문하지 말라”고 말한다. 2016년 사회보장정보원에서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서 “연차수당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장인순씨는 “도대체 수가를 정한 기준을 알 수가 없다”면서 “왜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투잡, 쓰리잡 해서 겨우 100여만 원을 손에 쥐어야 하는가, 우리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얼마짜리 노동자냐!”고 외쳤다.

 

윤혜연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협회장은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잠을 자야 일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최소한 최저임금은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진짜 사장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6월 8일 오전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바우처 노동자 처우개선 요구 기자회견  ⓒ한국여성노동자회

 

국가가 사회서비스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

 

장애인 활동보조원의 노동환경은 낮은 시급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일이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 일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생계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이 시작된 2007년부터 이 일을 해온 활동보조인 S씨는 “고정된 시간 일하고, 고정된 급여를 받는 안정적인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S씨는 자신이 돌봄을 제공하던 장애인이 홀로 세상을 떠난 후 이를 발견한 경험이 있었다. 그 이후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몇 달 동안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에게도,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도,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이들의 정신적 외상을 치유해주지 않는다. 돌봄노동자에게는 이런 충격을 완화시켜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S씨는 제시한다.

 

돌봄 영역의 일자리는 주로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다. 노인돌봄, 가사간병, 그리고 장애인활동보조. 정부가 제공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최저임금을 겨우 받거나 이마저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대표는 “최근 시중노임단가, 생활임금 등 공공부문에서부터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여성이 주로 일하는 돌봄 일자리는 여전히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또한 돌봄노동자들에 대해 “경력을 인정하기는커녕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현실은 국가에 의한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못 박았다.  배진경/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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