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는 공생하고 연대해야죠”

보편적 복지로 ‘세금을 위탁할 수 있는 사회’ 만들자

세금 카페 연 세무사 우치다 마유코씨

일본 정부가 재정난을 이유로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보장에 대한 확충을 요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금과 재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금’을 보는 다른 시선

 

작년 7월 21일, 도쿄도에서 세금 카페가 열렸다. 주최한 곳은 ‘공정한 세제를 요구하는 시민연락모임’. 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우츠노미야 겐지 변호사가 사회보장 예산 삭감의 문제점과 국가재정 운영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 후, 세무사인 우치다 마유코 씨(1965년생)가 ‘세금이란 무엇인가’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독일어에서 세금은 스토이에르(Steuer)입니다. 이 단어는 사공이 배를 조종할 때 쓰는 노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적인 리더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거죠.”

 

“세금에는 세 가지 역할이 있습니다. 사회서비스 제공과 그를 위한 소득 재분배, 경기조정 역할입니다.”

 

“세금은 뺏기는 것인가요? 모두가 세금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연말정산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적어도 선택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치나 마유코 씨는 주로 상속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무사다. 2015년 2월, 공정한 세제를 요구하는 시민연락회의 설립준비 모임에 참여했다.

 

“세금과는 공생하고 연대해야죠”

 

▶ ‘세금 카페’ 연 세무사 우치다 마유코 씨. ⓒ촬영: 이다 노리코

우치나 씨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나이 서른에 큰 맘 먹고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회계사무소에 근무하면서 할 수 있는 공부로는 모자라, 3년간 일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그리고 무사히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세무사 자격은 아이를 키우는 여성도 따기 쉽다고 생각해요. 한 과목씩 통과하면 되니까.”라고 말은 하지만, 매년 설날이면 먹물로 ‘합격’이라 써서 벽에 붙였다고.

 

자격을 취득한 후, 세무사로 독립해 13년 간 고객의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일을 해왔다. 그녀는 상속과 관련한 세무사로 사단법인 일본상속협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평범한 댁’의 상속 대책 ABC> 등의 저서도 상당수 펴냈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한 세제 심포지엄에 참여하며 세무사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딸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올해 4월부터 사회인이 되었다. 육아가 일단락 된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때부터 우치다 씨는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진노 나오히코 씨의 재정학 책, 조세피난처(tax heaven) 책, 일본에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이데 에이사쿠 씨의 재정사회학 책 등 수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다.

 

공정한 세제를 요구하는 시민연락모임에서 개최한, 어려운 세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면서 ‘세금 카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문지방을 더욱 낮춰서 세금에 대해 생각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우치다 씨의 아이디어는 작년 ‘세금 카페’ 개최로 이어졌다.

 

“세금에는 소득에 부과되는 것(소득세, 주민세, 법인세, 사업세), 소비에 부과되는 것(소비세, 주세, 담배세, 휘발유세), 자산에 부과되는 것(고정자산세, 상속세, 증여세)이 있습니다.”

 

“세제 개정은 정부 세제조사회가 심의를 시작하고, 총리가 답신하고 그 후 여당의 세제조사회가 큰 얼개를 발표하고…” 등 국가의 세제가 정해지는 흐름을 설명한다.

 

10년 전, 밤늦게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에 체인이 걸려 있고 딸은 깨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해 경찰에 상의했고,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집에 들어갔다. 이 경험처럼 개인들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세금 덕”이라고 그녀는 쉽게 설명한다.

 

선거를 위한 세제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그렇다면 과연 공정한 세제란 무엇일까.

 

“공정에는 정의라는 개념이 들어있어요. 정의란 가장 불행한 사람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고 우치다 씨는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본디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할 세제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세제’로서 존재한다.

 

“세금을 모으는 방법(세제), 세금의 사용 방법(예산), 세금을 정하는 방법(의회), 세금 징수(행정)가 공정한지를 똑똑히 살펴보고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사회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주의’이고, 그로 인해 자기책임론과 계층 간 갈등, 조세 저항을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보편주의’, 즉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보육과 교육, 의료와 요양을 보장하고, 공생하며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공정한 세제를 요구하는 시민연락모임’은 주창하고 있다.

 

세금 카페 참가자들로부터 “세금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세금이 해마다 불공평해지는 느낌이 든다”. “올바른 세금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싶다” 등 더욱 깊어진 관심을 표하는 의견을 많이 듣는다.

 

우치다 마유코 씨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들입니다. 세금을 ‘위탁’할 수 있는 사회를 우리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갑시다.” 라고 이야기를 맺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아카이시 치에코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