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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부터 Non-삽입 섹스 1일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릴레이 서평④
※ 알리스 슈바르처의 저서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출간 기념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릴레이 서평을 연재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옹녀와 변강쇠의 섹스?
나는 섹스를 좋아한다. 연령과 생체 리듬, 권태기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섹스가 좋다. 섹스처럼 친밀하고 은밀한 행위를 발견하지 못 했다. 좀 더 강렬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그 쪽으로 갈아탈 용의도 있다.
나는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섹스한다. 오르가즘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절정을 느낀 후 약 15초 정도 넋이 나가거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휩싸인다면 그게 바로 오르가즘이다. 긴장감이 순간적으로 해소된 듯한 느낌 말이다.
처음부터 오르가즘을 느꼈던 것 같지는 않다. 성적인 흥분은 있었지만 늘 2% 부족하다고 느꼈다. 애인들은 애무를 한 후 질액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는 삽입을 시도했다. 질 내 삽입 섹스를 오래 지속시키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개 5분 정도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짧게 '아'라고 소리 낸 후에는 내 몸 위로 픽 쓰러진다. 이게 뭐야? 흥분만 시켜 놓고 끝나는 게 섹스야? 여자한테는 뭐가 좋은 거야? 무겁고 답답해~ 내 몸 위로 73kg이나 되는 무게를 실으면 어떻게 해?
내 경험 상 삽입 섹스로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될 수 있도록 전희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이 질 오르가즘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남성이 사정을 참을 줄 알아야 하며 다양한 피스톤 운동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질 오르가즘은 8%의 여성만이 경험한다고 한다. 극소수의 여성이 충분한 전희를 경험했을 때 질 오르가즘의 확률은 커진다. 게다가 남성은 사정하려는 순간에 귀두를 꽉 쥐어 사정을 지연시킨 후 여성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결국 질 오르가즘은 극소수, 즉 옹녀와 변강쇠를 위한 성행동쯤 되는 것이다.
옹녀가 아닌 나는 사정 후 돌아누워 잠든 파트너의 등을 쓸쓸하게 바라보곤 했다. 혼자 클리토리스와 소음순을 만지다가 손가락을 질 내에 집어넣어 보기도 했다. 질 내벽보다는 클리토리스에 손가락을 밀착시킬수록 쾌감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손가락을 위아래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사이에 흥분이 고조되면서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오르가즘 포인트를 알게 된 후에는 파트너들의 손을 가져다가 만지게 하고 손가락으로 마찰시키게 했다.
▶ 알리스 슈바르처의 저서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전 유럽을 뒤흔든 여자들의 섹스 이야기)
섹스에 대한 통념과 현실의 괴리
오랫동안 질 오르가즘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못 느끼는 내 자신에 대해 이상한 열등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내게 오르가즘을 주는 기관은 질이나 지스팟(G-spot)이 아니라 클리토리스였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75%의 여성이 클리토리스로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제는 클리토리스를 가장 강렬한 성감대로 인식하고 성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에는 음핵을 자극하여 쾌감을 발견한 여성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요즘 들어 그녀는 새로운 방식을 하나 발견하였다. 뭐 대단한 발견은 아니지만 그냥 나란히 함께 눕거나 남자가 여자 위에 엎드린 자세에서 여자가 남자의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다 클리토리스에 대고 문대는 식으로 조용히 오르가즘에 이르는 것이다.”(63쪽)
이 여성은 여러 가지 성적인 시도를 해 나가던 중 클리토리스를 페니스에 마찰시켜 오르가즘에 오르는 방식을 발견해낸다. 클리토리스 윗부분에 위치한 귀두는 성적으로 흥분하면 딱딱하게 발기되며 크기가 커진다.
프로이트나 빌헬름 라이히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다시 클리토리스의 중요성을 축소했다. 다음은 ‘성숙한 질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쾌감을 외면한 여성의 인터뷰를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의 저자 알리스 슈바르처가 해설한 내용이다.
“‘그 전에는 내 몸에 클리토리스라는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하지만 빌헬름 라이히를 통해 그녀 역시 어설픈 이론과 황당한 열등감을 함께 배웠다. ‘클리토리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는 성적으로 미숙한 상태’이므로 반드시 ‘성숙한 여성의 상태가 되도록 질 오르가즘을 배워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264쪽)
삽입 섹스, 꼭 필요한가?
‘질 오르가즘 신화’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알리스 슈바르처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여기서 다시 확인되는 사실은, 수도 없이 강조하건대 질에서는 오르가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르가즘은 클리토리스에서, 오로지 클리토리스를 통해서만 온몸으로 퍼져나갈 뿐이다. 여성의 몸에서 성적 감흥이 일어나는 중심은 어디까지나 클리토리스며, 이는 남성의 페니스에 해당하는 여성의 성감대이다.”(318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약 8%의 여성만이 질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한다. 8%라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쓰는 나도 비켜가기 쉬운 수치다. 이것이 우리가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질과 음핵 사이가 가까운 경우, 삽입으로도 오르가즘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페니스가 피스톤 운동을 계속하면 진동으로 인해 클리토리스까지 자극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질 오르가즘 또한 엄격히 말하면 음핵 절정의 일부분이다. 이쯤 되자 ‘삽입 섹스가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성행위의 기본인 줄만 알았던 성교는 아기를 만드는 일에는 필수적이지만 성적인 쾌락과는 관계가 없다. 다양한 스킨십 중 한 가지일 뿐인 것이다. 여자의 성적 만족을 위해 굳이 질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남자의 페니스를 자극하듯 여자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정도로 충분한 쾌락을 유도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자극을 위해 반드시 생식기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322쪽)
▶ 우리, 오늘부터 Non-삽입 섹스 1일
우리, 오늘부터 Non-삽입 섹스 1일
알리스 슈바르처는 ‘삽입 섹스는 생식을 위해서만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삽입 섹스는 남성의 정복 판타지를 채워주기에 적합한 이미지일 뿐이다. 평등한 관계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삽입 섹스가 아니다.
나도 오늘부터 남편에게 삽입 섹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자고 말할 계획이다. ‘섹스는 삽입’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남성들이 우리의 요구에 응해줄 지는 모르겠다. 서로의 쾌감을 위해 ‘내 차례, 네 차례’를 마련해 서로 절정을 느끼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섹스는 삽입’ 공식에서 벗어나 오늘부터 섹스를 ‘서로 만지고 빨고 핥는 행위’라고 인식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이인 작가는 <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에서 ‘성은 인생의 중핵이자 태풍의 눈이다’ 라고 말했다. 성은 인생의 중핵이다. 인생은 삶과 죽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성은 삶에 속한다. 삶의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은 섹스를 즐긴다. 남성의 페니스에 해당하는 여성의 강렬한 성감대는 클리토리스다.
클리토리스는 중세 시대에는 ‘악마의 젖꼭지’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기쁨의 원천이 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클리토리스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일은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가 소중하다. 환희의 자리, 클리토리스 역시 소중하다. 그곳은 애무 받기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 나서서 상대방을 유혹하기도 하고 삶의 즐거움을 우적우적 씹기도 하는, 탐욕의 장소이고 기쁨의 원천이다. (임은주)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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