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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관계 속 데이트 폭력과 학대, 어떻게 해결할까

‘미주 한인 퀴어/트랜스들의 반폭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



“퀴어 연애 관계는 ‘시스젠더’(cisgender, 태어나서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이 정체화하고 있는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인 남성’이 없기 때문에, 그 관계 속에 가부장제도 없는 것으로 이상화(理想化) 되죠. 그래서 학대/폭력이 발생해도 드러나지 않거나, 인지되지 않는 경향이 커요.”


▲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오류동 퀴어세미나 공동 주최, 서울 망원동 인권중심사람 한터에서 열린 <미주 한인 트랜스/퀴어들의 반폭력 운동> 세미나 현장.     ©일다(박주연 기자)


‘왜 안 만나줘’로 검색하면, 자신을 만나주지 않거나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로부터 피해를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기사로 쏟아지는 세상. 거기다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날 만큼,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권력조차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에 대한 인지가 낮아서, 신고를 해도 ‘범죄’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투(#MeToo) 운동 이후, 여성들의 인식이 고양되면서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피해를 고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녀’ 사이에서 일어난 ‘사적인 일’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 탓에 사안의 심각성을 잘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남녀 사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더욱 드러나기 힘들다. 퀴어 관계에서 겪은 폭력을 이야기하려면 일차적으로 ‘커밍아웃’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뿐더러, ‘시스젠더 이성애자 연인/부부 관계가 아닌 퀴어 관계에선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가정은 사실이 아니다. 퀴어 연인/부부 관계에서도 학대나 폭력은 발생한다. 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떨어질 뿐이다.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재미교포 퀴어활동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미주한인가정폭력방지연대 카세다(KACEDA) 퀴어모임 활동가이자 Survived to Punished 창립자인 심혜진, 서범선 씨다.(심혜진 씨는 아시안여성쉼터에서도 일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오류동 퀴어세미나가 공동으로 두 사람을 초청해 <미주 한인 트랜스/퀴어들의 반폭력 운동>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국내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정보들이 공유되었고, ‘반폭력운동’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데이트 폭력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권력의 장기적 역학’


이번 세미나에서 활동가들의 발표 내용은 미주한인가정폭력방지연대 카세다(KACEDA) 퀴어 활동가들이 2016년에 리서치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2017년 실시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2018년에 나온 <한인 퀴어/트랜스 폭력 생존자 중심으로 한 연구서>에 기반한 것이다. 설문 조사는 비(非)청소년 재미 한인 퀴어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155명의 참여 중 87명의 응답을 사용하여 결과를 도출했다.


▲ 미주한인가정폭력방지연대 카세다(KACEDA) <한인 퀴어/트랜스 폭력 생존자 중심으로 한 연구서> 2018.


심혜진 활동가는 “데이트 폭력/학대는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힘과 통제를 행사하기 위한 행동의 반복적인 패턴”이라며, 자신들이 고민하여 도출한 정의를 설명했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큰 싸움이나 폭력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학대는 개별적인 사건을 넘어서, 어떻게 그런 사건들이 권력의 패턴을 만들거나 증폭시키는지의 문제입니다. ‘싸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엇이 싸움을 촉발했는가, 싸움이 끝난 후 무엇이 바뀌었거나 그대로 유지되었는가, 누가 책임을 져야 했는가, 누가 계속 사과해야 했는가, 이제 누가 더 편해졌는가, 이제 누가 더 두려워하게 되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며, ‘권력의 장기적 역학’을 고려해야 하죠.”


그리고 “특정 행동을 쉽게 학대라고 이름 붙일 순 없다”고도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파트너를 위협하고 겁주기 위해 밀쳐 내지만, 또 어떤 사람은 파트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자기방어로써 밀쳐낸다”는 것.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원할 때마다 섹스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섹스를 강요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섹스를 통해 파트너의 기분을 풀 수 있고 싸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섹스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거다.


서범선 활동가도 “학대는 현재 또는 전 연인에 대해 권력을 유지하고 통제하는 지속적인 행동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밖으로 드러나는 건 심각한 사건 하나뿐일 수도 있지만, 학대는 한 번의 큰 싸움이 아니다. 학대의 전반적인 역학은 ‘기복, 고조되는 긴장, 사과와 화해’를 포함한다. 이 패턴은 언제나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고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퀴어페미니즘이 연인/부부간 학대와 폭력을 바라보는 관점


그렇다면 학대/폭력은 왜 일어나는 걸까? ‘남녀’ 관계에서 가해자의 90% 이상 비율을 차지하는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이 부재한 관계인데 말이다.


하지만 “연인에 대한 권력을 유지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은 오직 ‘시스젠더 이성애자 남성’만이 갖게 되는 건 아니다. 물론 가부장제가 이들에게 그러한 욕망을 허락하고 있고, 심지어 그 욕망을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가령 레즈비언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인류 역사상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내재된 성차별주의나 (자기혐오를 포함한) 동성애 혐오가 파트너를 향한 학대나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또 퀴어라는 소수자 정체성 때문에 겪은 다양한 (언어, 정신적, 물리적)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타인을 향한 또 다른 학대나 폭력을 낳는 경우도 있다.


트라우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심혜진 활동가는 “정신질환이 학대를 일으킨다는 생각은 오히려 학대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정신장애인을 더욱 크게 낙인 찍는다”고 얘기하며 신중을 기했다. “학대 받았다고 해서 꼭 학대를 하진 않는다. 트라우마와 정신질환은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에 대한) 학대를 악화시킬 순 있지만, 우리는 이걸 인과관계라기보다 연관성이 있는 걸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가 “여러 가지의 폭력 형태를 동시에 행사하기도 하며, 보통 자신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거나 편리한 방법을 사용”하는 점은 퀴어 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학대/폭력 양상과 비슷하다.


▲ 가정 폭력/데이트 폭력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권력과 통제의 바퀴>. 감정적 학대, 고립, 경제적 학대, 부정하고 질책하기 등 ‘권력과 통제’를 이루는 방식이 나와 있다. ‘남녀’ 관계 표에선 퀴어 ‘남성 권력’이 언급되는데 퀴어 관계에선 ‘권력’이라고 얘기한다.    ©출처: thehotline.org


퀴어 관계 속 폭력 피해자들의 복잡한 정체성과 위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피해생존자들이 ‘유학생, 이민자 혹은 난민’, ‘한인’, ‘퀴어/트랜스’ 등의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심혜진 활동가가 우스갯소리로 “우린 서로 연애해 봤고 같이 술도 마셔봤고, 서로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지역의 한인 퀴어/트랜스 커뮤니티가 작다는 점이다.


발표에서 언급된 M과 K의 사례를 통해서도 복잡한 정황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동성애자 남성인 M은 미국인 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퀴어 이민자다. M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긴 했지만 전 남편을 따라 친구도 가족도 없는 주(州)로 이사했고, 그 뒤로 파트너의 학대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전 남편은 M에게 폭언하거나 인종차별을 담은 말을 했고 질투가 심해 M을 통제하려 했다. M이 가족으로부터 받는 재정 지원을 끊을 목적으로, 동성애 혐오가 강한 M의 부모에게 ‘당신의 아들이 게이’라고 아웃팅을 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M의 영주권도 신청하지 않았다. M은 불법체류 상태가 되었고, 전 남편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M은 이혼 후 전 남편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지만, 그곳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인 데다가 불법체류 신분인 M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장애를 가진 백인 게이 집주인을 돌보며 무료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냈지만, 그 집주인도 M이 밖에 나가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다른 일을 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등 M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M이 경찰에 절대 신고할 수 없다는 걸 알고서 M의 가난과 실업 상태, 이민자의 신분을 이용해 M을 학대한 거다.


또 다른 사례인 K는 퀴어 여성으로, 지역의 퀴어 커뮤니티에서 트랜스젠더 활동가로 유명한 파트너와 데이트를 했다. K에겐 첫 퀴어 연애였고, 두 사람은 1년도 안 되어 동거를 시작했다. 파트너는 로맨틱한 사람이었지만, K가 원하지 않는 종류의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많은 문제적 행동을 하면서 그것이 ‘퀴어 연애’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K가 불편함을 표현하면, 파트너는 K를 ‘(뭘 모르는) 새싹 퀴어’라며 놀렸다.


1년 후, K가 좋은 취업 제의를 받게 되어 그들은 새로운 도시로 이주했다. 그 도시에서 K의 파트너는 주변 사람들의 트랜스포비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자 파트너는 K가 때문에 이사를 올 수밖에 없었다며 탓하며, K가 자신을 학대하고 고립시켰다고 추궁했다. K를 끊임없이 비난했고, K가 친구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자신에게 없는 ‘시스젠더 특권’ 때문에 친구를 사귄다며 질투하고 싸움을 걸곤 했다. 자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실제로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M과 K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데이트 폭력/가정 폭력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위치와 상황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선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연인/부부 관계에서는 때로 그 위치가 뒤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친밀한 공동체 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며, 그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경찰 신고 0.03%에 불과…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해자들은 바로 학대를 인지하지 못했다. 또 인지한 후에도 좀처럼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퀴어들이 사회적으로 ‘너는 퀴어, 성소수자니까 변태다’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누군가 만나게 되고 데이트를 하게 되었을 때 ‘이제 데이트 잘하고, 잘 살아야지’라는 압박감이 있어요.”


서범선 활동가는 이렇게 분석하면서 “관계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데도 (파트너의 잘못을) 넘어가 줘야지, 이건 괜찮겠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퀴어 커뮤니티가 워낙 작기 때문에, 누군가가 데이트 시작하면 잘 되면 좋겠다고 다들 응원하는 경향이 있고, 그만큼 좋은 커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는 것.


거기다 “우린 이성애 관계를 하지 않으니까 ‘우린 괜찮다, 우린 폭력적이지 않다’는 식으로 이상화하는 측면도 오히려 퀴어 내 폭력 발생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보통 데이트 폭력 같은 경우 이성애자 남성이 가해자일 확률이 높은데, 퀴어 커뮤니티에선 누가 가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니까 주변 사람들이 ‘그냥 쟤들 좀 별나게 싸운다’고 간주”해버리기도 한다.


“학교, 사회나 미디어 등에서 퀴어 관계에 대해서 알려 주지 않고, 자료가 별로 없다는 점. 그러니까 어떤 게 ‘문제없는 퀴어 관계’인지 알기 힘들다”는 것도 폭력 인지를 방해하는 큰 이유다.


심혜진 활동가는 퀴어 커뮤니티에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유를 하나 더 덧붙였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난 페미니스트니까 (데이트 폭력을) 안 당한다’는 말도 나오니까… (폭력을 당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지는 거죠. 또 워낙 작은 커뮤니티니까 피해자도 (사회적으로 소외된) 가해자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서로 돌봐줘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거든요.”


▲ 한인 퀴어/트랜스 ‘데이트 폭력/가정 폭력’ 피해생존자들이 도움을 요청한 곳. <한인 퀴어/트랜스 폭력 생존자 중심으로 한 연구서> 중에서.     ©출처: KACEDA


<한인 퀴어/트랜스 폭력 생존자 중심으로 한 연구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한 곳의 67%가 “친구”였던 것에 반해, 10%만이 반폭력운동 단체에 연락했고 고작 0.03%만이 경찰에 연락했다.


한인 퀴어 커뮤니티다 보니 체류가 불안정한 이주민이 많은 영향도 있지만,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트랜스 혐오적인 경찰이 여전히 많아서(미국 경찰이 비(非)백인과 퀴어들에게 부당하게 공권력을 휘두른 역사가 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워낙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감옥 환경이 열악하고 퀴어가 감옥에 갔을 때 겪게 될 또 다른 폭력을 알고 있다는 점도, 경찰 신고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특히 최근 트럼프 정부 이후 ‘불법’ 이민자를 가차 없이 추방하거나 격리시설(사실상 감옥보다 더 열악한 환경으로, 물과 음식이 제공되지 않고 씻을 수도 없는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로 보내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죠.” 서범선 활동가의 말에서 ‘반폭력 운동’을 지속해오며 퀴어 커뮤니티를 지키고자 하는 고심이 엿보였다.


함께 논의하는 ‘책임감 있는 공동체’ 만드는 게 중요


행정과 사법 체계를 통하지 않고서 공동체 내에서 가해자에겐 응당한 처벌과 교육을, 피해자에겐 보상과 치유를 제공하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다. 미국 사회에서 워낙 작은 커뮤니티고 구성원들이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서로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 가해자에 대한 처분도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를 그냥 버리거나 쫓아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디 가서 누구에게 또 가해를 할 수도 있고, 변화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심혜진 활동가는 폭력 가해자에게 변화의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 “가해자가 정말 변화하고 있는지 공동체 내에서 친구들이 계속 지켜보고, 가해자에게 그가 행한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계속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범선 활동가는 “공동체에서 성폭력이든 데이트 폭력이든 어떤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활동가로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임이 필요한 과정을 서두르면 피해자가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고, 결국 해결이 가해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단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 위기상황 때만 대응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 내에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문화를 만들고 폭력에 대한 관계 구도를 이해하는 일이에요.”


가해자를 처벌하는 일과, 가해자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다시는 일자리를 못 잡게 해야 한다는 건 처벌이나 규제에 해당하고, 가해 행동으로 인해 단체를 떠나게 되는 건 결과입니다. 보통 이걸 헷갈려하는데, 그 차이를 잘 인지해야 해요.”


▲ 피해생존자들이 원하는 지원 방법. <한인 퀴어/트랜스 폭력 생존자 중심으로 한 연구서> 중  


나아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의 치유 역시 개념을 구분하고, 피해자가 사건 해결 과정에 너무 개입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견도 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줘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피해자를 믿어야 하지만, 피해자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에요. 피해자도 사람이니까.” 피해자가 언제나 옳다는 생각은 ‘완벽한 피해자’를 기대하게 만들고, 결국 피해자를 더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의 관계 구도를 이해하고 같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서범선 활동가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불어 “공동체에 많은 이들의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만큼, 트라우마에 대한 교육 필요성”도 언급했다.


피해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자!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폭력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폭력과 학대를 인지하는 방법과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조언했다.


“피해자가 준비되기 전까지 ‘폭력’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계속 질문하면서 정보를 찾고, (폭력의) 패턴을 찾아야 해요. 피해자의 반응을 보면서 상황파악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 그랬냐’고 묻지 말고, ‘너한테도 되게 힘들겠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게 좋아요. 그리고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괜찮아?’ 이렇게 물으면서 상대방이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서범선 활동가는 “특히 중요한 건, 피해자가 자신이 스스로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힘을 가지고 진행하도록 하는 일”이라며 “가정 폭력 피해자가 파트너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선 7번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가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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