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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살아가던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다
계약 해지당한 파견노동자이자 싱글맘, 와타나베 테루코 인터뷰
싱글맘이자 급식조리원, 보험회사를 거쳐 컨설팅 회사의 파견노동자로 일하다 계약 해지를 당한 와타나베 테루코(渡辺照子, 1959년 도쿄 출생) 씨. 작년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일으킨 신생정당인 ‘레이와신센구미’ 비례대표로 입후보했다.
싱글맘이자 파견직 노동자인 와타나베 테루코 씨는 2015년 참의원 심의 중에 후생노동위원회의 참고인 질의에서 의견을 진술한 바 있으며, 2017년에 계약해지 당했다. 인터넷 노동 매체 <레이버넷일본> 운영위원. 사진: 우이 마키코
“열 명의 후보자를 세우고 싶어하던 당에서 마지막으로 영입한 것이 저였습니다. 설마 제가 선거에 나가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기 때문에, 당 대표인 야마모토 타로(일본의 배우이며 레이와신센구미 정당을 창당한 인물) 씨의 전화를 받았을 때도 저한테 자원봉사를 의뢰한 건 줄로 착각해서 ‘알겠어요’라고 했어요.”
사회의 소수자인 당사자들을 모아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야마모토 씨를 보며 “이런 정당이 생기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었다고 한다.
주저할 틈도 없이 다음날(공시일 전날)부터 기자회견, 포스터 촬영 등으로 생활이 돌변. 같이 살고 있는 아흔의 어머니가 전날 밤 협심증을 일으켜 이른 아침에 병원으로 모셔놓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병세가 걱정되었지만, 생각을 스위치 시켜야만 했고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는 2주간의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치에 대한 비판적 발언과 행동을 이어온 배우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郎)가 2019년에 창당한 정당이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발표된 날 창당 신청을 한 데서 앞 이름을 따고, 막부 시대 말기에 활동한 신센구미(新撰組)에서 착안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선택되는 정당이 되기 위해 ‘가릴 선’(選)으로 바꾼 新選組로 쓴다.
(홈페이지 reiwa-shinsengumi.com)
‘당신이 힘든 것은 당신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사회적 약자인 당사자들이 ‘직접행동’하는 정치를 표방한 이 정당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빠른 속도로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참의원 선거에서 핵발전소 폐지, 평화헌법 수호, 소비세 폐지,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아베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공약을 내세웠다.
중증 신체장애인, 성소수자, 파견노동자, 편의점가맹점노동조합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 10명의 후보를 공천했으며 놀랍게도 2%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여 비례대표 두 명이 당선되었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루게릭병)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61, 남성) 씨와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기무라 에이코(54세, 여성)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7월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레이와신센구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와 당선된 기무라 에이코 씨는 54세의 뇌성마비 중증장애 여성이다. (기무라 에이코 의원 홈페이지 eiko-kimura.jp)
정치의 공간에서 싱글맘, 노숙인, 파견직 경험을 말하다
“저는 파견직 사원으로 17년간 일했지만, 회사로부터 교통비도 퇴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저 말고도 많습니다. 파견직은 물건 취급이죠.”
“소비세가 10%로 올라가면 파견직 워킹푸어(Working Poor, 노동자 빈곤층)는 점점 늘어납니다.”
와타나베 테루코 씨는 가두연설에서 스스로를 진짜 서민이라고 칭하며 “가난한 사람의 진짜 근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외쳤다. 순식간에 환성이 터졌다. 이어서 “테루짱”이라는 연호! 가두선전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와타나베 씨는 대학을 중퇴한 후 알게 된 남성과 같이 살기 시작했지만,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 5년간 함께 노숙 생활을 했다. 그 기간 중에 두 아이를 출산.
“첫째 때는 한 친절한 여성분이 잠자리를 내주기도 해서 아이를 쉽게 낳았어요. 하지만, 배가 아직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여성분이 후산(後産, 해산한 뒤 태반과 양막이 나오는 일)이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출산 교실에도 못 갔으니 저는 아무것도 몰랐죠. 둘째 때는,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얼마 안 되는 돈을 털어 모텔에서 지내며 이불 위에 비닐을 깔고 출산했어요.”
그 후 함께 살던 남성은 실종. 싱글맘이 되었다. 궁지에 몰려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어 죽기 살기로 일하며,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생각으로 파이낸셜 플래너(financial planner, 재산운용가) 등의 자격도 땄다. 학생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페미니즘과 인권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언어화하는 방법도 습득해나갔다. 노동 관련 잡지에 원고도 썼다. 하지만, 사회인으로서 아무리 성장해도 회사에서는 ‘파견사원’인 채 2017년, 계약해지를 당했다.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정치
선거운동이나 강연회에서 처음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사람, 눈물을 흘리는 사람, 함께 화를 내주는 사람을 만났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저도 싱글맘이에요”라고 얘기해준 여성도 있었다.
“완전 무명이고,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저는, 그야말로 없는 것 천지죠. 호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를 다 드러내고 거기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말뿐입니다. 간당간당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국회 앞에서 열리는 항의 행동에 갈 차비조차 없는 사람들, 지금까지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뭘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체념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말이 그때까지 없었던 것입니다.”
2019년 8월 1일 도쿄·신주쿠역 서쪽 출구에서 ‘레이와신센구미’ 정당이 개최한 가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와타나베 테루크 씨. 맨 오른쪽이 창당을 주도한 야마모토 타로 씨다. 출처: reiwa-shinsengumi.com/activity/3318
곧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정치가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게 문제 아닐까.
“‘당신 같은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말을 듣고, 저의 말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페미니즘 진영에서 사용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힘 모으기) 같은 말도 누구의 귀에나 쏙쏙 들어가도록 고민해 말을 바꿨습니다. ‘공감’과 ‘당사자성’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나는 경험한 적 없지만,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고. 불손할지도 모르지만, 끝까지 몰아붙이면 제 이야기가 불합리에 맞서는 보편성으로 통할지도 모릅니다.”
모자 가정은 “탄광의 카나리아”(과거 광부들이 무색무취의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통해 위험을 빨리 감지하고 탈출 경고로 삼았던 것에 기인한 표현)라고 와타나베 씨는 말한다. 싱글맘 가정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라면, 다른 사람들도 살기 편할 수밖에 없다고.
“일본에서 모자 가정의 취업률은 굉장히 높습니다. 일해도 생활이 어려우니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그 이유는 남녀 간, 그리고 정규-비정규직 간 대우와 임금 격차 때문이죠. 싱글맘에게 현금 수당과 아동수당을 더 확충해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을 종합적으로 세대를 서포트할 원스톱 지원제도도 필요합니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
와타나베 테루코 씨의 마음은 이미 다음 2021년 중의원 선거를 향해 있다. 얼마 전 정치단체인 ‘와타나베 데루코와 미래를 비추는 모임’을 결성했다. 정당이나 조직과는 별도로, 상하 관계가 없는 온화한 연결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학생 시절부터 책상에서 하는 공부에는 성에 안 차서 장애인이 사는 집에서 활동지원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가만히 못 있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니까. 하고 싶은 걸 해야 신나죠.”
스스로 걸어온 길, 참의원 선거 결과, 모두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을 축적하고 있는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무로타 모토미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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