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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발달장애인의 험난한 자립 도전을 함께하는 이들

대구 희망원 입소자 9인의 ‘탈시설-자립’은 현재진행형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 갈까

 나 어떡해 나를 두고 떠나가면

 그건 안돼”


다큐멘터리 영화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민아영 감독)은 탈시설한 중증·중복 발달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함께 집 옥상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산울림의 노래 ‘나 어떡해’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필이면 “나 어떡해”라는 부분만 반복해서 부르는 이들은, 2016년 국내에서 손꼽히는 큰 시설 중 하나였지만 운영자의 비리와 횡령 심지어 입주민의 사망을 고의로 은폐, 조작한 일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었던 사회복지시설 대구시립희망원에서 40~50년을 살아온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9명과 그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 활동가들이다. (참고 기사: ‘[타임라인] 대구시립희망원 투쟁, 그 1년의 시간’, 비마이너 2017년 6월 13일자)


희망원의 입소자 인권침해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대구의 장애인권운동단체들은 시설에 입주해 있던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중증·중복 발달장애인들도 희망원 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에서 탈시설 후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탈시설-자립’을 했다는 결말은 언뜻 이야기의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탈시설-자립’은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1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슬로건 ‘나를 보라’의 의미를 설명한 글


영화를 함께 보고,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팀장이 패널로 참여한 토크쇼 <‘나’와 함께 살자>가 올해 18회를 맞이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렸다. 5월 29일 대학로 창작공간 비닷(Be.)에서 열린 토크쇼는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조아라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고, 최현숙 구술생애작가, 홍은전 구술기록활동가도 참여했다.


‘의사소통 무능력자’들의 탈시설-자립 도전기


사회자가 관객들에게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누군가는 영화의 시작인 ‘나 어떡해’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탈시설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모두에게 정말 ‘나 어떡해’라는 심정이 들 상황 같아 보여서 절묘했다는 거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 이 9명의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은 희망원 시설생활 당시 ‘의사소통 무능력자’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탈시설이라는 선택지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희망원 시민마을이 폐쇄될 때 대구시에서 입주자들을 상대로 탈시설 욕구 조사를 했지만, 이들은 ‘당신은 자립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어요.” 이선희 팀장은 “그렇기에 대구시는 이들의 (자립에 대한 욕구를) 확인할 수 없다며 다른 시설로 보내려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저희가 얘기를 했어요. 이분들이 여기에 살고 싶은지 시설에 살고 싶은지, 어떠한 표현도 하지 않으셨고 오랫동안 시설생활로 인해 다른 경험을 할 수 없었는데 어떻게 의사를 표시하시겠냐, 그러니까 이분들이 시설생활 말고 지역사회 경험을 하고서 그 경험을 통해 이분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기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죠.”


무연고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9인의 자립지원 시범사업 경험을 공유한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 팀장 (출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단체와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2018년 11월, 대구시는 이 9명의 자립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발표했고 이듬해 3월 27일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자립생활주택에 정식으로 입주하여 생활을 꾸리고 있다.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 그게 정말 ‘자립’일까?


자립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지만 ‘탈시설-자립’은 당사자에게도, 활동가와 지원사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아홉 분들은 적게는 40년, 보편적으로 50년을 시설에서 살았고, 시설을 벗어난 적이 없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지역사회로 나오는 탈시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잖아요. 저희도 예전에 발달장애인 탈시설을 지원하는 일은 있었지만 중복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지원하는 일은 처음이었거든요.”   (계속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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