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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 요네다니 후사꼬씨의 이야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일다는 공동으로 기획하여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쓰는 인권이야기를 싣습니다. 이주민의 시선에 비친 한국사회의 부족한 모습을 겸허히 돌아보고, 이주여성의 입을 통해 다양한 문화감수성과 인권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기획연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필자 요네다니 후사꼬(37)님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지 12년 되는 결혼이민자로, 경기도 김포에서 살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이국에서 산다는 서러움 느낀 12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다”라는 말이 한국에는 있다. 나는 그 1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과 함께 해왔다. 한국에 온 지 올해로 벌써 12년. 나는 그 12년 동안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직접 보고, 피부로 느껴왔다.
 
지금도 처음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의 설렘과 불안감, 그리고 희망과 기대에 부푼 그때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일본에 있을 때는 한국사람에 대해 “정이 많은 따뜻한 민족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그때 당시 나는 한국에 가면 한국인들이 친절하게 대해줄 것이고, 어디를 가든 따뜻하게 맞이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결혼이민자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한국에 간다는 것은 태어난 조국을 뒤로 하고 전혀 말도 안 통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에서 처음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자 도전이었다. 어디 하나 의지 할 곳도 없는, 아무런 정보도 없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사람의 도움과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왔을 때, 나의 주변에는 도와주는 사람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구나 12년 전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려한 어떤 대책이나 서비스도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려면 멀리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어학원에서 돈을 내야 배울 수 있었고, 한국문화나 한국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가야만 했다.
 
‘언어의 벽’보다 더 높은 ‘민족의 벽’ 
 
그러던 어느 날, 동네주민이 던진 한 마디로 인해 표현할 수 없는 큰 충격과 상처를 받게 되었다. 동네 부녀회모임 자리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앞에 두고 “엄마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 하는데 그 자식이 제대로 말을 하겠어?” 라고 비웃듯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가 한국어를 못하면 우리 아이들까지 ‘차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될까 크게 걱정이 되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때부터 한국어를 악착같이 배우고 또 배웠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우리아이들에게까지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서러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당시엔 일본인이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교재나 자료조차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를 번역하면서 공부했다. 버스 안에서든 어디든, 틈만 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전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고, 그야말로 밤도 낮도 없이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덕분에 부족하나마 이제는 이렇게 어느 정도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당시의 나는 언어를 잘해야 한국사람에게 인정도 받을 수 있고, 차별도 받지 않을 것이며,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한국에 대해 알면 알수록 ‘언어의 벽’보다 더 높은 것이 ‘민족의 벽’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외국인을 외면하는 배타적인 모습을 곳곳에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외국인노동자가 뭔가를 물어보면 불친절하게 반말로 대답하는 버스기사들, 그리고 우리 손위에 동서도 실은 필리핀 사람인데, 같이 장보러 가면 다른 한국인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우리 형님에게는 반말로 마치 어린애 대하듯이 막 대하는 가게사람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불쾌감을 감출 수 없다.
 
다행히 피부색만 봐선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는 나의 경우는, 입을 떼면 외국인이라는 것을 들킬까 봐 어디를 가도 점차 말을 안 하게 되었다. 한국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이국에서 산다는 서러움이나 외로움과 홀로 싸우게 되었다.
 
외국인을 낯설게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
 
12년이라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한국사회가 정말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다문화’라는 말도 등장하게 되었고, 결혼이민자나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도 생겼다. 무료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도 가르쳐주고, 결혼이민자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여러 대책들도 마련되고 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는, 외국인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인 것 같다. 아직도 외국인에 대해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낯설어하는 시선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외롭게 만든다.
 
외국인도 한국사람과 똑같이 인격을 존중해주길 바라는 같은 “사람”이고 “인격체”다. 언어가 조금 서툴다고,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어린애 대하듯이 하면 안 된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인권이란 모든 인류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권리이자, 모든 인류가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닌가?
 
더 이상 한국에서 서러움과 외로움의 눈물을 흘리는 외국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모든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앞으로 차별 없이 잘 자라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어떤 이유라도, 이 세상에 차별이나 편견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인들이 특유의 나눔 정신과 따뜻한 정으로, 우리 외국인들을 친근한 이웃이자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주리라고 기대를 해본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한국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나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한국사람 이상으로 한국을 더 사랑할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한국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다가와 주세요.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리 외국인들도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기는 이웃이자 ‘새 한국인’ 입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이주여성]
베트남 아내, 남편과 경제적 갈등 겪어  |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신분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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