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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이 말한다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일다는 공동으로 기획하여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쓰는 인권이야기를 싣습니다. 이주민의 시선에 비친 한국사회의 부족한 모습을 겸허히 돌아보고, 이주여성의 입을 통해 다양한 문화감수성과 인권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기획연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필자 포브속나님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지 1년 10개월 되는 결혼이민자입니다. 이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막 아이를 낳아 키우는 “초보엄마”로서 우리사회에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한국어로 집필하여 기고했습니다. -일다]
1년 10개월, 낯선 땅에서 힘들게 적응해가며
저는 캄보디아에서 온 포브속나입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이곳에 와서 산 지 1년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참 무서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처음 본 남편만을 믿고 낯선 땅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1년 10개월을 지내면서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자마자 임신을 했고, 한국날씨도 상당히 추워서 지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음식도 매워서 입에 안 맞았고, 캄보디아와 생활습관이 달라서 많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힘들었던 건 아닙니다. 남편과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잘 견디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옆에는 토끼 같은 귀여운 아들 정재가 있어, 제게 더욱 힘이 됩니다.
외국인 엄마를 둔 ‘내 아이’의 미래는…
이렇게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요즘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커가면서 주위의 시선 때문에 우울해하며, 내성적인 아이로 자라날 까봐서요.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할까 두렵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우리 같은 부모 사이에서 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우리 귀여운 아들이 나중에 커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피부가 검고 눈이 예쁜 정재가 한국에서 누구와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외국인 엄마를 둔 이유로, 슬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주위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야겠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훌륭한 대한민국의 아이로 키울지 걱정이 앞섭니다. 주위에서 하도 공부, 공부하니…. 남편은 월급이 적은 편입니다. 아이 교육에 뒷받침을 하려면 돈 문제가 큰데, 부족한 월급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렇지만 제 생활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외출할 때마다 받는 불쾌한 시선
솔직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외국인이고, 남편은 약간의 장애가 있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결코 좋은 시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외출을 할 때마다 불쾌한 시선을 많이 느낍니다. 남편과 내가 쇼핑을 하거나 야외에 나가면,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그럴 때면 정말 속이 상하고 화도 납니다.
장애인 남편과 피부색이 다른 아내가 같이 다니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우리 부부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사람은 누구나 생김새와 겉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부색이 다르거나 장애인이라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똑같이 대우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행복합니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부모님이 저를 믿어 주십니다. 시부모님은 제가 요리한 음식이 맛있다고 하십니다. 제가 요리하는 것이 취미이기는 하지만,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예뻐해 주시고 실수하는 것도 너그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제 행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인권은 특별한 대접 아니라, 평등한 대우받는 것
한국에서 살면서, 또 한가지 속상한 일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저처럼 한국으로 결혼해서 온 친구 때문이에요.
그 친구는 한국어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데, 시집식구들이 아무 곳도 못 가게 합니다. 그래서 친구는 집안에서 일만 하며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부하러 밖에 나오면, 바람도 쏘이고 친구들과 만나 지난 이야기와 고향 얘기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 친구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저처럼 자유롭게 나와서 공부도 하고, 어른들께도 사랑 받으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은 아무리 피부색이 달라도, 장애인이어도, 가난해도, 모두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인권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대접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나, 남편이나, 내 아이가 인권을 무시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받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요. 이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인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 보기] 한국어 잘하면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 이주여성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다
필자 포브속나님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지 1년 10개월 되는 결혼이민자입니다. 이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막 아이를 낳아 키우는 “초보엄마”로서 우리사회에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한국어로 집필하여 기고했습니다. -일다]
1년 10개월, 낯선 땅에서 힘들게 적응해가며
저는 캄보디아에서 온 포브속나입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이곳에 와서 산 지 1년 10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참 무서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처음 본 남편만을 믿고 낯선 땅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1년 10개월을 지내면서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오자마자 임신을 했고, 한국날씨도 상당히 추워서 지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음식도 매워서 입에 안 맞았고, 캄보디아와 생활습관이 달라서 많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힘들었던 건 아닙니다. 남편과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잘 견디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옆에는 토끼 같은 귀여운 아들 정재가 있어, 제게 더욱 힘이 됩니다.
외국인 엄마를 둔 ‘내 아이’의 미래는…
이렇게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요즘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커가면서 주위의 시선 때문에 우울해하며, 내성적인 아이로 자라날 까봐서요.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할까 두렵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우리 같은 부모 사이에서 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우리 귀여운 아들이 나중에 커서 어떻게 살아갈까요?
피부가 검고 눈이 예쁜 정재가 한국에서 누구와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외국인 엄마를 둔 이유로, 슬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주위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어야겠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훌륭한 대한민국의 아이로 키울지 걱정이 앞섭니다. 주위에서 하도 공부, 공부하니…. 남편은 월급이 적은 편입니다. 아이 교육에 뒷받침을 하려면 돈 문제가 큰데, 부족한 월급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렇지만 제 생활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외출할 때마다 받는 불쾌한 시선
솔직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외국인이고, 남편은 약간의 장애가 있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결코 좋은 시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외출을 할 때마다 불쾌한 시선을 많이 느낍니다. 남편과 내가 쇼핑을 하거나 야외에 나가면,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보듯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그럴 때면 정말 속이 상하고 화도 납니다.
장애인 남편과 피부색이 다른 아내가 같이 다니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우리 부부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것이,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사람은 누구나 생김새와 겉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부색이 다르거나 장애인이라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똑같이 대우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행복합니다.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부모님이 저를 믿어 주십니다. 시부모님은 제가 요리한 음식이 맛있다고 하십니다. 제가 요리하는 것이 취미이기는 하지만,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예뻐해 주시고 실수하는 것도 너그럽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제 행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인권은 특별한 대접 아니라, 평등한 대우받는 것
한국에서 살면서, 또 한가지 속상한 일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저처럼 한국으로 결혼해서 온 친구 때문이에요.
그 친구는 한국어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데, 시집식구들이 아무 곳도 못 가게 합니다. 그래서 친구는 집안에서 일만 하며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부하러 밖에 나오면, 바람도 쏘이고 친구들과 만나 지난 이야기와 고향 얘기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 친구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저처럼 자유롭게 나와서 공부도 하고, 어른들께도 사랑 받으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은 아무리 피부색이 달라도, 장애인이어도, 가난해도, 모두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인권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대접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나, 남편이나, 내 아이가 인권을 무시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받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요. 이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한국이 지금보다 더 인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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