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짧은 여자, 조재] 엄마와 딸, 그 복잡한… 지하상가 입구, 열이 오른 피부를 찬 공기가 확 집어삼키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은 어떤 손님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5월부터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타로샵에서 일하게 됐다. 타로를 매개로 하는 ‘상담’에 무게를 두고 단체를 운영하고 계신 대표님께 타로를 배운지 거의 6개월만의 일이다. 샵을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찾아왔다. 친구처럼 다정한 모녀였다. 딸의 고민을 주제로 이미 두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전환 겸 타로를 보러 온 모양이었다. 고등학생인 딸은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카드를 펴보니 역시나. 카드 10장 중 무려 4장이 마음이 답답하..
커밍아웃이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일이라면[머리 짧은 여자, 조재] 애매한 대답 대신… 이쯤 되면 내 입에서 ‘네, 저 여자 좋아해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까. 벌써 세 번째 같은 질문이다. 처음엔 “연애를 왜 안 해? 설마 너 여자 좋아하는 건 아니지? 나이가 몇 살인데.” 두 번째엔 “수상해. 너 정말 여자 좋아하는 거 아냐?” 세 번째엔 “스타일도 그렇고, 정말 여자 좋아하는 거 아니지?” 나는 매번 “에이, 아니에요. 연애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고, 연애를 안 하는 상태가 편한 사람이 있는 거죠.”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애는 필수가 아니라 생각했고, 연애를 하지 않는 지금 상태가 편했다. 하지만 여성을 좋아했으므로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가지 않았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