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과해 온 퀴어문화축제 [머리 짧은 여자, 조재] 2014년 신촌에서 2017년 동성로까지 2014년 6월 서울 신촌 커뮤니티를 통해 퀴어문화축제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벌써 15회째라는데 왜 진작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내 주변에는 아는 성소수자가 없었다. 내게 커밍아웃한 친구는 딱 한 명뿐이었다.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보를 나누기보다는 주로 연인을 구하는 글이나 사담이 많았다. 나는 ‘다들 지지고 볶고 나름대로 잘살고 있구나’ 하며 구경만 하는 눈팅족이었다. 그러던 중에 6월 어느 날,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글을 발견한 것이다. 글쓴이는 축제에 혼자 가는 게 민망한지 함께 갈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바로 내..
‘여자’와 ‘사범’ 사이[머리 짧은 여자, 조재] 나는 ‘여’사범이었다 “운동 계속 열심히 해봐. 혹시 모르지. 네가 나중에 좋은 지도자가 되어있을지도.” 그가 관장으로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관원인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게 좋고, 도복을 입고 땀을 흘리는 게 좋고, 운동하는 순간에 오롯이 내 몸의 균형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계속 운동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관장의 그 말 한마디가 가슴을 쿵- 하고 울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서 누구나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술계엔 아주 어려서부터 꾸준히 배워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나는 22살에 처음 무술을 배웠다. 꼬박 3년을 배워 이제 막 2단이 된 얼치기일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