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탐폰을 거쳐 생리컵까지[머리 짧은 여자, 조재] 무지여, 안녕 학교에서는 잠 잘 때 생리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생리대의 접착면이 팬티 쪽으로 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대로 붙이면 큰 고통이 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초경이 시작된 열 네 살의 가을.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생리대의 접착면은 팬티에-을 활용해 겨우 오버나이트를 깔아주는 정도로 밤을 보냈다. 하지만 생리혈이 새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피가 샐까 두려워 몸을 목석처럼 꼿꼿이 세워 정자세로 잠을 잤지만, 밤사이 생리혈은 엉덩이를 타고 허리 아래쪽까지 흘러가기 일쑤였다. 밤마다 속옷은 물론이고 이불까지 적시다보니, 한 동안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이불을 깔지 않고 잠을 ..
달팽이[머리 짧은 여자, 조재] 관계를 달팽이처럼 지고 가야하는 삶 페미니스트 저널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엄마’. 옆에 아빠가 있어서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 버렸더니 바로 문자가 왔다. 엄마: 어딘데?나: 밥 먹는 중이었어요.엄마: 일해?나: 안 해요, 오늘은.엄마: 어디야?나: 집이요. 왜요?엄마: 엄마 할머니 집에 있어. 빨리 와. 순간 확 짜증이 나서 싫다고 문자를 했다. 대뜸 딸에게 전화해서 하려던 말이 ‘할머니 집이니까 빨리 오라’는 얘기라니. 그냥 쉬고 싶었다. 내가 엄마 전화 한 통화에 지금 하려던 거 다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뒤로 엄마에게 따로 답장이 오진 않았다. 밤이 돼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가 같이 살던 아저씨한테 엄청 맞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