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노동자1의 이야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여기도 사람이 있다 커피머신과 그라인더 등 커피를 만들기 위한 기계들, 음료 냉장고, 과일을 소분해서 보관할 냉동고, 수납장 등이 사방에 배치되어 있다. 두 사람이 겨우 앞뒤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공간. 지하철역 근처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매장답게 공간과 인력을 최소화시켜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분주한 장소다. 나는 이곳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씩 일하고 있다. 주변에 회사도 많고 학원도 많은 이 지역의 커피매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몸을 계속 움직이지만 일이 끊이지 않는다. 주문받은 음료를 만들고, 손님이 없을 땐 부족한 재료들을 채우고 과일을 다듬어 소분한다. 손님이 언제 다시 몰릴지 모르기 때문에 계산대에서 눈을 뗄..
퇴사를 꿈꾼다[머리 짧은 여자] 지하철 24시간 운행 소식을 접하며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몸인가?’ 정규 교육과정만 착실히 밟아왔어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내 이력이 문제였다. 면접관은 나에게만 단순반복 업무가 가능할지 두 번이나 물었다. 이력서상의 내 모습은 너무나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내가 얼마나 지루함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어필해야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됐다. “쉬는 날 집에 박혀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리드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이 더 편하고….” 주절주절 떠들어댔지만 결국 면접에서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쉬움은 없었다. 사실 단순반복 업무가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나마 일하는데 있어서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게 조건을 다 맞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