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다 지켜요”의 의미[머리 짧은 여자, 조재] 내가 원두인지 원두가 나인지 지난 8월, 카페 극성수기에 해당하는 여름 시즌부터 일을 시작했다. 카페 오픈 전부터 밀려드는 손님에 허덕이는 하루하루. 비좁은 공간에서 커피 자판기가 된 것 마냥 커피를 내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된데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틈틈이 해야 하는 매장관리다. 과일, 일회용품, 원두, 기타 재료, 소모품 등 물건을 부족하지 않게, 하지만 좁은 공간에 넘치지 않게 차곡차곡 채워 놓는다. 또 여러 과일을 자르고, 다듬고, 무게를 재고, 얼리고, 정리하는 것도 하루 일과다. 이 모든 것은 따로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없는 틈틈이 눈치껏 해내야하는 일이다. 이 카페에서 손님이 없는 시간이란 길어야 5분 남짓. 종..
서랍장 같은 나의 공간, 고시원[머리 짧은 여자, 조재] 나를 돌보기 아침에 50분 더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구리 친구 집에서 강남 고시원으로 거취를 옮긴 까닭이다. 출퇴근 시간 지옥버스,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라는 것을 담보로 한 달에 32만 원을 지불한다. 32만 원짜리 공간은 주거 공간이라기 보단 서랍장 같은 느낌이다. 효율적으로 물건을 담기 위해 따박따박 칸막이 쳐진 서랍장. 효율적인 싱글침대, 효율적인 옷장(이라기 보단 옷걸이), 효율적인 책상, 효율적인 의자, 효율적인 미니 냉장고! 딱 이정도 물건이 아주 효율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단잠 자는, 효율성을 싫어하는 효율적인 인간 하나. ▶ 나를 위한 가장 티나는 돌봄, 빨래 ⓒ머리 짧은 여자,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