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핏”[머리 짧은 여자 조재] 편의점 식사와 닭꼬치 찐 고구마 3천원어치를 샀다. 주먹보다 작은 밤고구마 여섯 개를 봉지에 담아 달랑달랑 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유독 배고픈 아침이었다. 카페 오픈 전, 황급히 고구마를 하나 까먹고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니 이내 고구마를 산 게 후회됐다. 생활비가 쪼들려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침부터 3천원을 쓴 게 괜히 아깝다. 처음부터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 건 아니었다. 일터 주변에서 밥을 먹으려면 기본 7천원은 필요했다. 매일 그만큼 식비를 지불하기엔 부담스러웠고, 그나마 저렴한 김밥○○ 같은 곳에서 5천원짜리 밥을 먹었다. 그마저도 부담스러워 3천원짜리 김밥을 사먹기도 했다. 결국 줄이고 줄여 편의점까지 온 것이다. 편의점에서는 2천원이..
사랑과 미움, 죄책감이 교차하다[머리 짧은 여자 조재]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 강아지 짖는 소리에 자주 잠에서 깼다. 깨서 시계를 보면 새벽 세 시나 네 시 즈음이었다.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 상황인데 매일 새벽에 두세 번씩 잠에서 깨니 강아지 입을 틀어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내게 몸을 꼭 맞대고 있는 녀석을 보고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A의 집에 신세지게 된지 딱 한 달이 되었다. A의 반려견 겨울이는 그새 나와 많이 친해졌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겨울이는 왜 이제 왔냐는 듯 앓는 소리를 내며 겅중거렸다. 온몸으로 환대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했다. 퇴근 후엔 장난감 던져주는 기계로 빙의해서 겨울이와 놀곤 했다. 겨울이는 여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