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밖으로[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어떤 공동체 운동 시작 전. 사람들은 수다가 한창이다. 나를 빼곤 전부 중고등학생이다. 익숙한 풍경이다. 크게 둘로 갈라져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 스트레칭을 한다. 한 여자아이가 학교를 공학으로 갔어야 했다며, 아쉽다고 말을 꺼냈다. 그래도 체육관에 와서 남자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다른 아이는 그럼에도 여긴 아니라고 툴툴거렸다. 여전히 익숙한 풍경이다. 여중, 여고를 나왔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학원에서 만난 남자애 이야기, 아는 오빠 이야기, 누구랑 누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느라 쉬는 시간이 모자랐다. 딱히 이성에 관심이 없던 나는 말이 ..
페미니즘이 내게 준 선물, 함께 배우고 나누기 남산공부모임②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어떤 모임이 생기를 가지고 지속되는 기간은 한 삼 년이라고 한다. 남산공부모임은 비교적 오랜 시간 자기생명을 가지고 갔지만, 모든 것에 생로병사가 있듯 때가 되어 쇠퇴기를 맞아 끝이 났다. 하지만 오 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그 후의 삶으로 이어졌다. 일 년에 한 번 ‘겨울 축제’라는 형식으로 모여 서로 살아온 것을 나눈다. 음식을 나누고, 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 “밥 먹으러 와~” 하면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