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증거들 용산참사 사건이 일어나고 열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숭례문 방화사건이 기억나면서, 마치 현실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누군가가 내게 거짓말로 일어났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담하고 슬픈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폭력언론’(보수라는 이름도 아까운)으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었다. 화염병을 왜 던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번에 살해당한 분들을 돈을 더 받기 위해 욕심을 내는 사람들로 몰아가는 이야기까지, 여전히 이 시대의 한국 권력의 수준이란 이런 참사를 충분히 저지를 수 있음을 확인하는 증거였다. 하지만 이런 암담하고 슬픈 현실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있다. 의 현우(지진희)가 입은 충격과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함께할 것이다. 또한 그를 비롯한 등장인물들과, 확장하여 한국인인 관객들조차 그 업보와 같은 망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 영화는 허구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들이 기반하고 있는 시대는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이 시공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980년의 광주. 이 짧은 말에서 우리는 슬픔과 분노, 비루한 경계심과 죄의식, 무력감과 개인으로서의 왜소함 등 복잡다단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비극이다. 거대한 국가 폭력에서 비롯된, 민중에게 가해진 집단폭력과 그로 인해 비롯된 정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