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나이가 든다 나이 듦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이뻐서 꼭 끌어안으면 그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것이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 달라붙어서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그 조카가 이젠 시커먼 사내가 되어 얼마 전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에 주고받은 문자에 “22살이라니!” 라고 하는 조카에게 나는,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 이제 곧 서른도 오고 마흔도 온다, 나를 봐” 라고 답했다. 조카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즐기라고 짧게 대답을 보냈다. 처음엔 이 작은 생명이 잠들고 눈뜨고 먹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몇 달 만에 만나도 여전히 귀엽긴 해도 덤덤하다. 다만 의미를 두고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어린이가 이렇게 컸지 새삼 놀랄 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
‘추억’을 가꾸며 살아내는 노년 기억과 나이 듦 의 저자 이경신님의 연재 ‘죽음연습’.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회장의 옛날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루이는 죽음을 향해가는 사람을 간호하고 있는 듯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맛본다. 그에게는 이미 옛날이야기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다이라 아즈코 (문학동네, 2004)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옛날이야기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듯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입에서는 같은 이야기가 만날 때마다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늙어가며 세상과 미래를 잃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죽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