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서사와는 다른, 이방인 ‘성’의 에세이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치유기 를 읽고 애인과 둘이 식당에 가면 나는 엉뚱한 곳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지켜본다. 대개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않고 그에게 의사를 묻는다. 젊은 외국인 여성인 내가 독일어로 주문을 할 리 없다는 듯이. 계산을 할 때도 당연히 그가 지불할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이다. 나는 그들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주문하고 지불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심지어 더치페이를 할 때도 그에게 미리 돈을 건네받아 함께 낸다. 내가 지갑을 펼치면, 그를 향해 45도 각도로 몸을 돌리고 있던 사람은 아, 하고 미세한 탄성을 내며 내 쪽으로 자세를 고친다. 나는 왜 이런 ‘불필요한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었을까..
성폭력 생존자의 ‘살아남은 힘’에 박수를!일본에서 #remetoo 프로젝트를 시작한 야하타 마유미 작년 세계여성의날(3월 8일)에 도쿄에서 열린 여성행진(Women's March)을 계기로 데이트폭력,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야하타 마유미(八幡真弓) 씨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집회나 구호는 저에게 잘 안 맞아요”라고 말하며, 9일 뒤에 자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성폭력, 가정폭력/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살아남은 힘’을 격려하는 행사였다. 개방적인 공간에 간단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카페가 있고, 토크가 있고 요가가 있고 예술이 있고 비눗방울이 있는, 눈 부신 빛이 가득한 행사처럼 보였다. “축제를 지향해요. 우리의 라이벌은 휴일의 쇼핑과 즐거운 이벤트들이거든요.” 작년 3월 17일 가정폭력/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