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 앞 이야기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줄곧 입에 달고 살았었다. 멀리 출장 가는 남편 등짝만 봐도 부러워 한숨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코앞의 일들을 다 떨치고 나설 엄두가 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마흔 줄에 접어든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이 푹 꺾이고 보니 내 나이 마흔이었다. 좀 길게 여행을 가야겠다는 내 말에, 남편은 달리 토를 달지 않았다. 그즈음 나의 상태가 여러모로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겠고, 어쨌거나 ..
‘엄마에게는 엄마를 낳아줄 딸이 필요하다’ 주말에 엄마가 다녀갔다(‘어머니가 다녀가셨다’는 표현보다는 감정적으로 이게 더 정확하다). 오늘 아침, 엄마는 혼자 고속버스를 탔다. 결혼한 이후 처음,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일 것이다, 그런 장거리 여행은. 학교와 직장문제로 내가 집을 떠난 이후 부모님이 나에게 늘 그래왔듯이, 나 역시 그녀가 탈 좌석을 살피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 흔들며 서있었다. 그녀는 버스 안에서, 계속 들어가라고 손사래 쳤다. 엄마와 외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진다. 왠지 눈물이 난다. 지난 토요일, 엄마는 외가 친척결혼식을 핑계로 서울에 왔고, 엄마 이모 나 셋이서 ‘놀았다’. 서울에 있는 이모 ‘별장’에서.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는 근처 영화관에서 를 보았다. 극중의 ‘애자’와는 다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