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 지난 일기장 썰물처럼 머릿속에서 하루를 쓸어내고 나면 꽉 차게 안기는 딸아, 엄마는 길을 걸을 때도, 공부를 할 때도 네 생각을 하지. 그럴 때면 마치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 때의 아픔과 당혹스러움처럼 가슴이 아파. 너에 대한 그리움은 나팔꽃처럼 자라 나의 상념 속에 꽃이 피고, 오늘도 네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우리 아가에게 작은 새가 되어 찾아갈까? 네 꿈속에라도 머물 수 있다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일기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일기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다. 아이를 보낸 바로 그 다음 날부터 나는 밤마다 일기를 썼다. 그렇게 5년 동안 쓴 일기장 보퉁이를 끌고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고, 거기서도 한 일 년쯤은 더 썼던 것 같다. 그러나..
‘윤춘신의 생활문학’ (12)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랑 사이 좋으니. 뚜렛증후군으로 정신과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는 딸에게 의사가 묻는 말이다. 출입문 고리를 잡고 있는 딸의 등을 슬며시 밀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다음에 뵙겠다고 목례를 하면서 의사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딸에게 묻던 말이 귀를 관통하고 심장에 고인다. 혈관을 타고 흐르지 못한 채 고여서 저 혼자 펄떡거렸다. 약국으로 걷는 동안 식은땀이 밴 손으로 딸의 손을 잡는다. 답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