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52) 죽음에 대한 사색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던 중, 암이 폐로 전이되었다는 4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자신의 몸을 고통스러운 임상시험의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처절하게 죽음과 싸우고 있다 했다.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생명체의 자연스런 본능이니, 이 여성의 태도가 특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이 여성이 좋은 죽음,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죽을 순 없다 물론, 이 여성의 사례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익숙한 현실이다. 한 의사의 고백을 들어보자. “현실을 용감하게 직시하고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황폐화시킬 일체의 임상..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계기로 대책 요구 목소리 십대 후반, 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내과를 찾았던 때의 일이다. 반백의 머리를 한 나이든 의사가 진찰을 위해 옷 속으로 청진기를 집어넣었다. 순간 나는 ‘악’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청진기와 함께 들어온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진찰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자 ‘진찰 과정이 으레 이런 것인가’ 당황과 혼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얼마 후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청진기를 옷 속으로 넣지 않고도 진찰을 했다. 물론 가슴을 쥐는 일 따윈 없었다. 그 때서야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지난 번 갔던 병원의 의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거라는 사실을. 가슴을 잡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도 나는 왜 아무런 말도 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