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6) 왜 지금, 용산참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모두 꽝꽝 얼어붙은 주검 옆에서 고통 받고, 부끄러워하며, 오랫동안 아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우리가 내릴 역, 또 그 다음 역은 언제나 용산참사역일 것이다. (윤예영, ‘용산으로 이어진 길, 가깝고도 먼’,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실천문학사, 2010) 지난 겨울, 난 두 번 용산에 다녀온 것 같다. 아니, 세 번이었나? 용산은 내게, 매 번 미로 속 같았다. 좀 더 값싼 컴퓨터 부속품들을 찾아 전자상가를 어지러이 헤매고 다녔고, 끼니 때우기에 적당한 음식을 찾지 못해 백화점 식당가에서 이리저리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몸이 미로에 갇혔던 것처럼 마음도 그 속을 빠져나가지 못했던지, 4호선 용산역을 오르내..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 행복과 평화를 얻는 길 10시 30분 전이다. 반납할 책을 챙겨들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밤바람이 아직은 차다. 낮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야 도서관 갈 짬을 낼 수 있었다. 그나마 지난 3월부터 종합열람실이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두면서 가능한 일이다. 밤에 도서관 갈 일이 뭐가 있겠나, 했었지만 이렇게 막상 갈 일이 생긴다. 늦은 시간이라 사서를 피곤하게 할 것 없이 얼른 기계로 도서를 반납했다. 필요한 책을 찾아 대출까지 끝냈는데도 아직 문 닫을 시간까지는 몇 분 남았다. 그리고 열람실을 둘러보니, 늦은 시간에도 책 읽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띈다. 이번에 대출한 책은 존 러스킨의 (느린 걸음, 2007)이다. 이미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