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겨울 해는 짧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면 햇살이 도마뱀 꼬리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간다. 그에 따라 마당에 그늘이 번져가고, 그 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사물들이 식어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해가 비치는 곳에 빨랫줄을 걸어놓은 것은, 아마도 이 집을 손수 짓고 삼십 년 넘게 살다 간 전 주인의 솜씨이자 지혜이리라. 그에 감탄하며, 나는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동안 빨래를 걷거나 건조대 위에 놓인 귤껍질 따위를 안으로 들인다. 바싹 마른 것들이 풍기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 아궁이에서 타 들어가는 나무 향처럼, 맵싸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다. 구들방 두 개, 뭘 더 바래? 잠시든 오래든, 시골집에 머물려는 사람 중 온돌방에 환상을 갖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
1. 산능선에 들어선 풍력발전기 에 “박혜령의 숲에서 보낸 편지”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북 영덕 한 산골마을로 귀농하여 농사짓고 살아가는 박혜령씨가 ‘대자연 속 일부분의 눈’으로 세상을 향해 건네는 작은 이야기입니다. 개발과 성장, 물질과 성공을 쫓아 내달려가는 한국사회에 ‘보다 나은 길이 있다’며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편지”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필자 소개: 박혜령(43). 산골서 살고자 9년 전 남편과 창수령 독경산 아래에 둥지를 튼 농부로, 규리(딸)와 솜솜이(고양이)라는 두 딸을 두었습니다. 농업이 아닌 농사를 통해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며, 힘겨워하면서도 만족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수리부엉이, 너구리, 수달, 민물가재, 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