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계기로 대책 요구 목소리 십대 후반, 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내과를 찾았던 때의 일이다. 반백의 머리를 한 나이든 의사가 진찰을 위해 옷 속으로 청진기를 집어넣었다. 순간 나는 ‘악’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청진기와 함께 들어온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진찰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자 ‘진찰 과정이 으레 이런 것인가’ 당황과 혼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얼마 후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청진기를 옷 속으로 넣지 않고도 진찰을 했다. 물론 가슴을 쥐는 일 따윈 없었다. 그 때서야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지난 번 갔던 병원의 의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거라는 사실을. 가슴을 잡혀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도 나는 왜 아무런 말도 하지 못..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6)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부산의 여중생이 성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하원의원이 25년 전 십대 소녀와 나체로 목욕하고 나서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사실이 피해자에 의해 밝혀져서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외신도 들려왔습니다. 문득 코스타리카에서 본 게 떠오릅니다. 코스타리카의 시내버스에 붙어 있던 문구, 정확한 어구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렇게 공개적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 놓아야 할 정도로 이 사회에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가 심각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