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있는 밭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1월 한 달 놀고 2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K. 그 일이라는 게 밭작물을 키우는 것이어서 3월 중순까지는 그런대로 한갓졌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는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여서 밤에 오히려 생생해지고 기운 나는 사람이,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영 맥을 못 춘다. 방금 전에 엎드려서 책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졸기 일쑤. 내 예상을 비껴간 K의 결정 그런 K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흐뭇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당초 시골생활에 큰 뜻이 없던 그가, 심지어 텃밭 수준의 농사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하던 그가 ..
왜 맞았는가? 라는 질문은 어리석고 우습다 2. [칼럼 소개: 성폭력 피해생존자 너울의 세상을 향한 말 걸기, 연재가 계속됩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사건 하나.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폭력 폭력에 대한 기억은 원인이 없이 결과만 남을 뿐이다. 내가 가해자가 아니기에, ‘왜’라는 질문 자체가 너무도 쓸모 없고 어리석은 것이다. 왜라는 질문은 가해자에게는 변명의 여지를 주며, 피해자에게는 또다시 가해지는 학대가 된다. 당신은 왜 맞았는가? 당신은 왜 강간당했는가? 어떠한 사람도 강간당하거나 폭력을 당하고자 하는 의지나 사고 자체가 없기에, 왜라는 질문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날의 폭력에 대한 기억 또한 ‘왜’라는 질문이 우스운 것은, 거기엔 어떤 이유(사람들이 말하는 폭력 유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