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창아가 만난 사람] 미디어 아티스트 변금윤 자신의 이미지를 “어느 프레임 안에 들어갔을 때 잘 맞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여자가 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담배 피시죠?’, ‘운동 잘할 것 같아요’, ‘결혼 안 하셨죠!’ 등과 같이 스스럼없이 치고 들어올 때, 그런 질문 앞에서 스스로 “뭔가 좀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되묻기도 한다는 여자. 삼십대의 끝자락에서, 떠나기 위해 배낭을 싸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변금윤씨를 만났다. 누구나 가끔씩은 남에게 보여 지는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지 궁금해질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은 끝없이 자신을, 타인을, 세계를 의식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보따리를 펼쳐나가게 마련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공상하고 그림 그리는..
우리가 일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 눈이 오다 비가 오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필요한 책이 있어 주섬주섬 입은 옷에 비옷을 걸치고 우산을 챙겨서 도서관을 향했다. 지난번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 서가의 책들도 검토해보고, 또 집에서 참고할 책도 빌려와야 하니 말이다. 집에다 필요한 책 모두를 갖춰놓고 일할 처지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동네 도서관을 나의 도서관으로 삼기로 했으니,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을 구하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나처럼 도시에서 정신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몸을 움직일 일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처럼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니, 도서관까지 책을 구하러 다니는 몸수고는 내게 꼭 필요한 일인 셈이다. 인간이 정신과 몸을 가진 생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