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럽게 놓고” 바라본 여자사람, 엄마 전지의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 옷깃을 꽉 여미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찾았다. 철공소에서 흘러나오는 기계 소리와 쇳가루 냄새를 맡으며 골목을 따라 돌아 돌아간다. ▲ 전지의 © 일다 문을 열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아늑한 느낌의 전시장이 나온다. 이자람과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잔잔한 노래에 몸도 풀리고 마음도 노곤해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느 집 앨범에도 한 장씩 들어있을 법한 사진들이 연필로 그린 그림이 되어 걸려있다. 결혼식 사진부터 해외여행 가서 부부가 코끼리 타고 있는 사진, 놀러가서 꽃밭에서 찍은 사진, 유치원 생일파티에서 한복을 입은 딸과 엄마 사진 등등. 사진 옆에는 글귀가 적혀있다. “니 할머니네 바닷가야. 나는 바다를 안 좋아해. 바다에..
스무살 여연의 공상밥상 (13) 뜨거운 토마토스튜 홈스쿨링과 농사일로 십대를 보낸, 채식하는 청년 여연의 특별한 음식이야기. 갓 상경하여 대도시 서울의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스무살 청년의 음식을 통한 세상 바라보기, 좌충우돌 실험 속에서 터득한 ‘여연표’ 요리법을 소개합니다. www.ildaro.com 제주에서 나무집을 짓고 사는 가족을 만나다 ▲ 올 여름,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에 참여했다. © 여연 그 애는 청록색 바다가 시원스레 출렁이는 해변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제주도였고, 우리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걸 반대하는 걷기여행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순하고 어리어리한 외모와는 달리 말을 조목조목 참 잘 하는 애였다. 나이는 열아홉 살, 수도권에 살다가 학교를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