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걸, 어쩜 그렇게 다하며 사니?” [일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엄마 이야기 며칠 동안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없다. 삼사 일에 한 번은 잊지 않고 전화를 하는 어머니한테 연락이 없다면, 뭔가 재미있는 일로 바쁜 것이 분명하다. 우리 엄마는 자녀들로부터 전화가 올 때만 기다리는 답답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럴 때 내가 먼저 전화를 하면 무척 행복해 하신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야 없다. 어머니는 내 전화에 큰 반가움을 표시하며, 그 사이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묻는다. “네가 올 해 몇이지?” “마흔 여섯!” “아유! 벌써, 그렇게 됐나? 내가 그 나이 때는…” 요즘 들어, 어머니는 부쩍 내게 나이를 물을 때가 많다. 그러면서 당신의 그 나이 때를 회상하..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여덟번째 일 년에 네다섯 번쯤 마을 울력을 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꽃길 가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소가 주된 일이다. 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설과 추석이 끼여 있는 가을겨울엔 명절맞이 대청소를 하는 식. 며칠 전이 마침 청소하는 날이어서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집을 비운 적이 많은데다, 집에 있는 날엔 춥다고 방에 웅크리고 있느라 동네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동네 분들을 뵙는 자리에 나서는 것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설렜다. 늙었다고 봄을 모르겠는가 시골에서 땅만 파며 산다고 해서,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봄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리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