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정치를! 핀란드 ‘여성주의 정당’ 창당올해 4월 지방선거 앞두고 공식 정당활동 시작 “그러니까 그/녀는 이 장소를 알고 있군요.”용의자가 찍힌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보며 형사가 말한다.“미안한데요. 그/녀라니, 이 단어 뜻이 뭐죠?”옆에 있던 다른 나라에서 온 형사가 묻는다. 스웨덴과 덴마크가 함께 만든 범죄 드라마 (Bron/Broen)에 나오는 장면. 주인공인 스웨덴 형사의 말에, 덴마크에서 온 동료가 의아해하며 묻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단어는 헨(hen)으로, 남성을 칭하는 한(han)과 여성을 칭하는 혼(hon)을 아우르는 대명사다. (이분법적) 남녀-여남 구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용어로, 2015년 스웨덴의 공식 사전에 포함됐다. 페미니스트 진영 사이에서도 ‘여성’ 자체를 비..
내가 불쌍해보이나요? 글을 쓰는 이유 나의 경험이 ‘자극적인 사연’으로 이야기될 때 글을 쓰는 게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나둘 기억을 꺼내다보면, 29년 동안 내가 가해온 폭력과 당했던 폭력이 빈 종이에 가득 찬다. 겪었던 일을 조각조각 모아놓으면 내가 봐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말 내가 다 겪었던 일인가? 다 공개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말하고 싶은 나와 망설이는 나 사이에서 타협해가며 간신히 글을 추리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염려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겪다니…불쌍하다”, “막장이네”, “글로 쓰는 용기가 대단하다.” 언뜻 달라 보이는 반응 속에는 내가 ‘유별나게 불쌍한 여성’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런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