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가지를 치며 준비하는 봄 두 번의 새해 새해를 두 번 맞이하니 어, 어, 하며 지나온 한 달여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새로운 기분이다. 그렇긴 한데, 매해 그렇듯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이고, 또 한 해 들어가는구나. 안다고 알어, 뭘 두 번씩 알려주냐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공원 조슈아트리에서, 초야 (Cholla) 선인장 © 여라 주말에 이어진 긴 설 연휴 덕분에 한 번 정리 좀 해야지 마음 먹었더랬다. 목표를 대단히 크게 잡았던 것도 아니었다. 입지 않는 옷은 버리고, 읽지 않는 종이도 버리자, 였다. 결심은 단순한데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전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긴 연휴가 끝나버렸다. 계획이 ..
와인도 나이가 든다 나이 듦에 관하여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여겼던, 이뻐서 꼭 끌어안으면 그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것이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고 달라붙어서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그 조카가 이젠 시커먼 사내가 되어 얼마 전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에 주고받은 문자에 “22살이라니!” 라고 하는 조카에게 나는,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 이제 곧 서른도 오고 마흔도 온다, 나를 봐” 라고 답했다. 조카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즐기라고 짧게 대답을 보냈다. 처음엔 이 작은 생명이 잠들고 눈뜨고 먹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몇 달 만에 만나도 여전히 귀엽긴 해도 덤덤하다. 다만 의미를 두고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어린이가 이렇게 컸지 새삼 놀랄 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