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와, 책이 많네요!”하며 감탄을 터트리곤 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책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도 책장들이 줄을 서 벽을 만들고 있다. 또, 열린 방문 사이로 책 가득한 책꽂이가 시선을 잡으니, 책이 많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늘어만 가는 책 어린 시절 난 가끔, 내 방 가득 책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그 책더미 속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하곤 했다. 또 사방 벽이 책꽂이인 서재가 있는 친구 집이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이나 서점의 한 구석에 박혀 책에 꽉 둘러싸인 채 그 속에서 책들을 하나하나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만족스럽고 좋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책이 많은 공간을 욕망했는지 ..
이토준지의 만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다. 귀신이면 귀신이지 성별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 마는, 왠지 남자귀신보다는 여자귀신이 더 귀신답고 섬뜩하다. 방영 기간 동안 큰 인기를 모았던 TV 시리즈 에서도 주인공은 어김없이 처녀귀신이다. 한국의 전통적 귀신 모티브는 현대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유사한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공포를 일으키는 소재로 여자귀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귀신은 자고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간절한 바램,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恨),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사람들에 대한 ‘원한’(怨恨)등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강력하고도 어두운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