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24. 폭염보다 강렬했던 심연의 기억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을 웃돌긴 하지만 1994년 폭염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는 기사를 인터넷 상에서 보았다. 순간 나는 그럼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치고야 말았다. 불과 며칠 전, 1994년 여름이 얼마나 끔찍하게 더웠는지 K에게 들려준 나로서는, 뭔가 중요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 같아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바람이 제일 잘 통하는 부엌 바닥에 누워 부채질을 하고 있는 K에게, 나는 낮에 본 기사 내용을 전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 해 여름을 통 기억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그가 안타까워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얼마나 덥던지 그때는 밤마다 울었다니까." 빠르고 완벽하게 지쳐간 그 해 여름 내 말이 과장이라..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7)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만들어진 모성」 신경숙의 소설 에는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엄마가 등장한다. 소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주인공 화자인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엄마도 자신과 같이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 살 혹은 스무 살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너’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헌신한 엄마를 영영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그 사실을 통감하고 오열하는 주인공과 함께 나도 책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한참 울다 문득 생각났다. 마음 한 구석에서 해결되지 않고 불편하게 남아있는 무언가가. 그것은 바로 은연중에 고착된 ‘엄마’의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