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7)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만들어진 모성」 신경숙의 소설 에는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엄마가 등장한다. 소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주인공 화자인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엄마도 자신과 같이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 살 혹은 스무 살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너’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헌신한 엄마를 영영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그 사실을 통감하고 오열하는 주인공과 함께 나도 책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한참 울다 문득 생각났다. 마음 한 구석에서 해결되지 않고 불편하게 남아있는 무언가가. 그것은 바로 은연중에 고착된 ‘엄마’의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19) 대학을 졸업할 당시, 주위에서 공장에 취직할 계획을 세운 사람은 나만은 아니었다. 노동자들과 문학운동을 펼치고 싶어 하는, 문학 동아리 소속 대학생들이 모여 사회진출 모임을 만든 건 4학년 가을의 일이다. 거기서 희수를 만났다. 우리 모임의 여학생들 중 유일하게 공장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나와 그녀뿐이었다. 희수와 난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해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참 좋았다. 그녀는 내가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용감했는데, 내게 그런 희수의 모습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희수는 그렇게 ‘부러움이란 절대로 따라할 수 없을 때 생기는 감정’이라는 걸 내게 깨닫게 해 준 아이였다. 우리는 함께 서울에 있는 한 작은 공단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공장을 골라 활동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