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역도서관을 서고로 이용해보자 몇 년 전, 고교시절 이후 애지중지 사 모은 엄청난 양의 책들을 정리했을 때만 해도, 이젠 읽고 또 읽을 것들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렇게 책 사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라면으로 식사를 때워가며, 때로는 굶어가면서까지 사들인 치열함이 서글펐다. ‘세상에 꼭 보관할만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닫는데 꼭 20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렇게 여러 번 책을 정리하고도 내겐 너무 많은 책들이 남아있었고, 또 짬짬이 몇 권씩은 사기도 했다. 지난 주에는 그렇게 남아 있는 책들 가운데, 문예이론과 미학 책들을 시를 쓰는 한 친구에게 모두 보내주었다. 이제 더 이상 이 책들을 다시 볼 일 없겠다는 마음에서였는데, 그것은 어쩌면 그 동안 포기하지 못하고 있던 문학에 대한 ..
우리집 현관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와, 책이 많네요!”하며 감탄을 터트리곤 한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책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려도 책장들이 줄을 서 벽을 만들고 있다. 또, 열린 방문 사이로 책 가득한 책꽂이가 시선을 잡으니, 책이 많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늘어만 가는 책 어린 시절 난 가끔, 내 방 가득 책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그 책더미 속 한가운데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을 하곤 했다. 또 사방 벽이 책꽂이인 서재가 있는 친구 집이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이나 서점의 한 구석에 박혀 책에 꽉 둘러싸인 채 그 속에서 책들을 하나하나 골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만족스럽고 좋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책이 많은 공간을 욕망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