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이 가진 자기확신을 봤죠”트랜스젠더퀴어 10인의 초상화를 전시한 ‘활동가’와 ‘예술가’ 인터뷰 살면서 “여자가 그런 건 쫌…”이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다. 여성으로 보인다는 것 때문에 겪은 일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여자예요, 남자예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은 없다. 머리카락이 꽤 짧았을 때도 그랬다. 화장을 해서? 키나 몸집이 크지 않아서? 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서? 목소리 때문에?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분명 어떤 이유가 날 여성이라고 구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으로 보이기 때문에 겪은 일들은 때때로 날 꽤 화나게 만들었지만 그게 문제였을 뿐, 내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인지하는 데엔 별 문제가 없었다. 세상이 나에게 지정해 준 여성이라는 성..
꿈꾸던 나, 꿈꾸던 가족이 현실이 되는 공간, ‘볼’ ‘볼 문화’는 어떻게 소수자들의 안식처가 됐나 현실에선 아마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할 때가 있다. 세상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나를 둘러싼 좀처럼 세상은 변하는 것 같지 않을 때, 날 둘러싼 편견과 오해와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완전히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지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무슨 옷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옷방에서, 눈에 단번에 띄는 가장 화려한 옷을 골라 입고 돔XXX 샴페인을 잔에 들고 우아하게 현악 콰르텟 연주를 듣는 나를 상상하거나,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말이다. 만약, 그런 나를 ‘재현’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