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생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지금도 일기검사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일기검사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인 관행으로 굳어버렸으며,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한다. 일기검사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글쓰기 교육의 수단이며 생활지도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학창시절 일기를 묶어 문집을 내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소위 인터넷 시대 가벼운 글쓰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솔한 일기를 쓰는 버릇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진솔한 내면’을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글쓰기 교육이 학교에서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실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누..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